[STO 인사이트] ③ SK증권, ‘펄스’로 STO 선점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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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인사이트] ③ SK증권, ‘펄스’로 STO 선점 속도전

한스경제 2026-04-01 11:00:00 신고

지난 1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토큰증권(STO)은 제도권 진입의 문턱을 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채권·주식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분할 발행·유통하는 시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수백조원 규모의 잠재 시장이 거론되자 여의도는 서둘러 전열을 가다듬었다. 컨소시엄과 협의체가 잇달아 꾸려졌고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해 발행한 첫 디지털 채권도 나왔다. 본지는 이 새판의 주역으로 부상한 미래에셋·SK·LS·KB·NH투자 등 5개 증권사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SK증권 본사 전경. / 사진=한스경제 DB
SK증권 본사 전경. / 사진=한스경제 DB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SK증권이 토큰증권(STO)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기술 검토를 넘어 기획재무본부장이 직접 사업을 챙기고 경영기획과 IT 부문까지 전사 역량이 투입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제도권 금융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국내 STO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2030년 시장 규모가 367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사 간 인프라 선점 경쟁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회사 전체가 뛰어든 프로젝트”라는 평가도 나온다.

▲ STO 전략의 핵심은 ‘프로젝트 펄스’

SK증권의 STO 전략 중심에는 ‘프로젝트 펄스(Project PULSE)’가 있다. 2024년 3월 신한투자증권, SK증권, 블록체인글로벌이 함께 출범시킨 STO 인프라 협업체다. 이후 법무법인 광장까지 참여하면서 기술과 법률을 아우르는 협업 구조를 갖췄다. STO 제도화 이후를 겨냥해 선제적으로 사업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프로젝트 펄스는 조각투자 사업자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구독형 과금 모델 기반의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를 제공한다. 개별 사업자가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공용 플랫폼을 활용해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제도화 이후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 사업 모델로 읽힌다.

▲ 테스트베드에서 실증…초기 표준 사업자 노린다

이 같은 구상은 테스트베드 단계에서 일정 부분 검증을 마쳤다. 프로젝트 펄스 컨소시엄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주관한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실증 사업에 참여해 분산원장 노드 운영, 전자등록시스템 연동 등을 수행했다. 기술 구현에 그치지 않고 발행과 유통의 분리, 계좌관리 구조 등 제도 대응 방안까지 함께 설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운영 모델을 함께 마련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분산형 유통 플랫폼 인가 대상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펄스 컨소시엄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다. 시장 초기 표준 인프라 사업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 부동산 넘어 IP·선박금융까지 자산군 확대

SK증권은 특정 자산에 국한되지 않는 ‘오픈 플랫폼’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부동산과 미술품은 물론 선박금융, 지식재산권(IP),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토큰화 대상 자산을 넓히기 위한 구조 설계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과 탄소배출권 등 신유형 자산에 대한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 자산 유동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1월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바이셀스탠다드와 맺은 협약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토큰증권 발행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모험자본 유동화를 위한 구조화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STO를 단순 투자상품이 아니라 실물경제 자금 순환 통로로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 강점은 ‘이론’ 아닌 ‘실전 경험’

SK증권의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실무 경험이다. 회사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전인 2022년 1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시장에 선제 진입했다. 당시 SK증권은 계좌관리기관으로서 고객 확인과 거래내역 관리 역할을 맡으며 발행부터 청산까지 전 절차를 경험했다.

이후에도 자산군별 제휴를 빠르게 늘려왔다. 열매컴퍼니(미술품), 핑거(특허권), 한국해양자산거래(선박금융), 바른손랩스(영화 IP), 파이브노드(신재생에너지) 등과 잇따라 업무협약과 사업성 검토를 진행했다. 단순 제휴 확대가 아니라 자산별 사업화 가능성과 운영 구조를 사전에 점검해온 흐름으로 풀이된다.

▲ 협약에 그치지 않고 투자까지 병행

다른 증권사들이 협약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안 SK증권은 지분 투자도 병행하며 사업 무게를 실었다.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록체인글로벌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고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에도 일찌감치 지분을 넣었다. 협력 관계를 넘어 이해관계를 묶는 방식으로 STO 생태계 대응력을 높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그룹 내 디지털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자체 STO 발행·유통 플랫폼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인프라와 사업 노하우를 동시에 확보해 외부 협업과 자체 플랫폼 전략을 병행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협약만 맺는 곳과 실제 자금을 투입하는 곳은 사업 전개 속도와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SK증권은 STO 시장에서 비교적 선명한 실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제도 시행 전 실전 태세 구축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실무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증권은 예탁결제원 연계 시뮬레이션과 수탁 자산 정산 체계, 정보 공개 체계 정비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대응을 위한 자동화 모듈 설계도 병행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즉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법 개정 이전 공백에 대비하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자산을 토큰증권에 담는 형태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제도화 이전에도 사업 추진이 지연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시행 직후 바로 사업화할 수 있는 체력을 먼저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 전담 TF 꾸려 상시 대응 체제

조직 대응도 구체화하고 있다. SK증권은 올해 초 디지털금융전략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STO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상시 운영 체계에 들어갔다. 일회성 대응 조직이 아니라 제도화 전후를 모두 겨냥한 상설 조직에 가깝다는 평가다.

인력 구성도 눈길을 끈다. 조각투자 플랫폼과 테크 스타트업 등 비금융 기업 출신 인력이 다수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 내부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조각투자 사업자의 관점에서 사업 구조를 이해하고 실무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STO 시장이 금융과 기술의 접점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 367조 시장 '정조준'

STO 제도화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증권사들의 STO 준비는 더 이상 장기 과제가 아니라 현실 과제로 떠올랐다.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누가 먼저 인프라와 자산군, 파트너 생태계를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전망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싣는다. 국내에서는 2030년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약 367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제도화가 본격화할수록 선점 효과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STO를 미래 먹거리로 보는 증권사들이 잇달아 조직과 플랫폼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SK증권 관계자는 “토큰증권 관련 제도화의 큰 틀이 마련되는 만큼 인프라 요건에 맞춰 즉각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소액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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