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보고 왔다가 정착…서울, 일하기 좋은 '블레저 관광'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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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보고 왔다가 정착…서울, 일하기 좋은 '블레저 관광' 성지로

이데일리 2026-04-01 06:48: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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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마곡 ‘서울마이스플라자’에서 열린 ‘2026 서울 세계 여성 여행자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노매드헐)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K드라마를 보고 혼자 한국에 왔다가 반해버렸어요. 벌써 다섯 번째 서울이에요.”

스위스 국적 주한 외국인 사라 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서울 마이스 플라자에서 열린 ‘세계 여성 여행자 페스티벌’에서 한 말이다. 2019년 처음 2주간 한국을 여행한 뒤 서울의 매력에 푹 빠져 매년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는 사라 씨는 “현재 건국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여성 여행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관광 벤처회사 ‘노매드헐’(NomadHer)이 주최한 이날 행사엔 30개국 350여 명의 주한 외국인 여성이 모였다. 모두 서울에 장기 거주하면서 전국으로 여행을 다니는 롱스테이족(族)들이다. ‘글로벌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2019년 파리에서 시작한 세계 여성 여행자 페스티벌은 올해 8회째를 맞았다.

◇‘안전한 서울’ 장기 체류 여행에 최적화

행사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 여행자 상당수는 국적, 직업 등은 모두 달랐지만, 서울을 롱스테이 목적지로 정한 이유로 K팝, K드라마를 꼽았다. 최근 방한 외래 관광객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평균 10명 중 4명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한류 콘텐츠’를 지목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러시아 국적의 아나 씨는 “서울에서 1년 반째 머무르며 최근엔 성수동에 핀테크 스타트업 사무실을 차렸다”며 “서울에서 거주하는 다른 롱스테이 여행자를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 중 서울 방문 비율


행사 참가자 대부분은 서울을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워케이션, 블레저 관광 최적의 목적지로 평가했다. K컬처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동인이라면, 서울 도심의 뛰어난 치안과 안전은 장기 체류를 이끄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심을 실핏줄처럼 잇는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망, 사계절 특성에 맞춰 때마다 선보이는 다양한 축제·이벤트 등도 서울 장기 체류의 장점이자 매력으로 꼽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체호 씨는 “남아공에서는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밤에 이어폰을 끼고 걸어도 안심이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온 아멜리아 씨도 “모국에서는 낮에도 주변을 경계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고향에 있는 부모와 친구들에게도 항상 얘기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장기 체류객인 만큼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대해서도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외국인 입장에서도 어디를 가도 병원 문턱이 낮아 여행 중에도 불안감 없이 필요할 때 진료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미국인 조던 씨는 “한국은 지방을 여행하더라도 의료 시스템이 곳곳에 갖춰져 있어 건강 문제로 여행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며 “진료비, 약값 등 저렴한 비용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종교, 식문화 등 다문화 수용성 더 높여야”

교통 시스템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교통카드 하나면 버스부터 지하철, 기차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에 참가자 대부분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기 체류자에게 대중교통 편의성은 서울 체류를 지속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설명이다. 콜롬비아에서 온 에일린 씨는 “서울에서 기차, 버스 등 교통편을 이용하면 지방 여행이 수월하다”고 했다.

‘서울마이스플라자’에서 열린 ‘2026 서울 세계 여성 여행자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노매드헐)


일부 참가자들은 행사가 열린 서울 마이스 플라자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곳에서 간단한 업무는 물론 미팅도 가능하다고 설명하자 앞으로 “공항은 물론 철도, 지하철역과도 가까운 데다 인근에 식당가, 공원도 갖췄다”고 평가한 뒤 “서울에 있는 동안 베이스캠프로 활용해야겠다”고 했다.

전국 최초 마이스 기업 전용 네트워크형 시설인 서울 마이스 플라자는 내부에 최대 100명 수용이 가능한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과 라운지, 워케이션 공간을 갖췄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거점으로 워케이션 전문 기업과 손잡고 ‘서울 워케이션 인 마곡’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워케이션 여행자들을 위해 무료로 라운지를 운영하고, 국내외 기업 워크숍 공간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날 만난 외국인 여성 여행자들은 서울에 장기간 머무르는 동안 지방도시 여행에 나서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방한 외래객의 80% 가까이가 서울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워케이션, 블레저 등 장기 체류 여행이 지역으로 수요를 분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일린 씨는 “2년간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부산과 제주, 전주, 남원, 경주, 부여 등을 두루 다녔다”며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지방도시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마이스플라자’에서 열린 ‘2026 서울 세계 여성 여행자 페스티벌’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훌라 댄스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서울이 장기 체류 여행지로 매력적이지만 ‘다문화 수용성’은 개선이 필요한 요소로 지목됐다. 종교, 식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서비스가 부족해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국적 무슬림인 모로코 씨는 “도심을 다니면서도 다문화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피부로 느낄 때가 많다”며 “서울이 이런 부분만 보완한다면 무슬림 여행객에도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명주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방한 수요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운영·관리의 효율성과 부가가치 등 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보면 체류 기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장기 체류하며 한국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워케이션, 블레저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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