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중동 분쟁 여파로 인한 수입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했다. 정책 당국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상반된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황이핑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은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위원은 현재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정책 대응 여지는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해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부 목표치인 약 2%에는 아직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그는 수입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향후 중동 분쟁의 지속 기간과 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가 상승이 기업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비용 상승이 기업 이익을 훼손하고 이는 다시 투자와 고용, 소비 등 실물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위원은 통화정책만으로 이러한 수입 인플레이션을 상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정책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물가 상승 압력과 경제 성장 둔화 압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중동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계기로 촉발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교역 환경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중국의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지적됐다. 황 위원은 중국이 그동안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을 통해 과잉 생산 능력을 흡수해 왔지만, 최근 보호무역 강화로 글로벌 시장 접근성이 약화되면서 기존 성장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 내수(민간 및 정부 소비 포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7%로, 세계 평균인 75%에 크게 못 미친다. 황 위원은 “리밸런싱이 10년 넘게 진행됐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노동 공급이 풍부한 구조 속에서 임금 상승 속도가 제한되면서 소비 확대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공급은 강하고 수요는 약한 구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향후 5년간 소비의 GDP 비중이 매년 1%포인트씩 상승하기를 기대한다는 그는, 이를 위해 가계 소비 확대와 소비 심리 개선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신성장 동력 육성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병행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흥 산업 육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잉 투자 문제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중국 당국은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투자 유치와 보조금 경쟁을 규제하는 등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과잉 생산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이미 상당량의 원유를 비축해두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중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동시에 구조 전환을 병행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책 당국의 대응 방향에 따라 향후 경기 흐름이 좌우될 전망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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