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업체 규제 완화는 역차별" vs "재고 부족 리스크 해소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한국거래소가 해외 업체들의 금 공급을 허용키로 하자 국내 공급업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금지금(순도 99.99% 이상의 금괴) 공급 안정성을 위해 해외 금 공급자들의 참여를 허용하도록 KRX금시장의 운영규정과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시장 내 '런던귀금속협회(LBMA·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가 인정하는 인수도적격금지금(Good delivery Gold Bar)을 생산하는 외국법인'을 시장 참여자로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규정은 다음달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근 금 수요 급증으로 가격과 거래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공급 부족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해외 공급망을 확대해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KRX금시장은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정한 금지금만을 거래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조폐공사는 수입금의 경우 LBMA 인증 금을 인정하지만 국내 생산 금은 잠상기법(보는 각도에 따라 글자가 달라지는 위변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 적격 '민트금'만 인정하고 있다.
국내 금 공급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역차별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외 공급업체의 경우 잠상기법 없이 주조 방식으로 '주물금'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점을 짚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높은 진입 장벽 속에서 시장을 유지해 왔는데 외국계 제련소에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 저원가 금지금이 직접 공급될 경우 국내 정련 물량 감소와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열린 한국거래소(KRX) 금시장 시장참여자 간담회에서는 국내 금 현물 공급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한 국내 금 공급업체 관계자는 대형 외국 금 공급업체 간의 담합을 우려하기도 했다.
몸집이 큰 해외 금 공급업체들이 손을 잡고 한국 금 시장에 대한 공급을 중단하면 국내 금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유동성공급자(LP)로서 금 현물 기반 상장지수상품(ETP) 운용 과정에서 재고 부족 리스크 해소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 현물 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괴리율 확대로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금 현물 관련 ETP에 대한 수요가 높았는데, 금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상품 가격과 금 현물 가격의 괴리율 확대 우려에 수요를 수용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KRX금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자가 가능한 상황에서 실물 공급 또한 해외로 개방해 수요가 공급이 동일한 원칙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날 거래소 앞에서는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와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한국골드위원회 등이 집회를 열어 "외국계 제련소 직접 공급 허용은 역차별이며 구조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조폐공사에 주조금도 품질 인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금 공급망을 확충함으로써 만성적 공급 부족에 따른 '김치 프리미엄'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간 괴리율 축소에 노력 중"이라며 KRX금시장을 국내외 투자자와 사업자가 활발히 참여하는 아시아 거점 금시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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