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불 한 번 안 켜도 된다. 볼 하나, 가위 하나, 전자레인지 딱 30초. 그걸로 끝이다.
진미채 반찬 하면 대부분 프라이팬을 꺼내 고추장 양념에 볶는 장면을 떠올린다. 볶는 동안 타지 않게 계속 저어야 하고, 불 조절에 실패하면 딱딱해지기 일쑤다. 그런데 불 없이 무치기만 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반찬이 나온다면? 올리브유 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 방법이 훨씬 간단하다.
진미채는 오징어를 잘게 찢어 그늘에서 말리거나 기계로 건조한 건어물의 일종이다. 진미채라는 이름은 한 회사가 1985년 일본의 수산물 기업과 합작해 출시한 오징어 관련 가공식품 시리즈의 상표명이다. 상표명이 보통명사가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오징어채와 진미채를 거의 같은 말로 쓴다. 백진미채는 껍질을 제거해 흰 속살만 쓴 것이고, 홍진미채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건조해 찢은 것으로 불그스름한 빛깔을 띤다. 맛 차이는 크지 않지만 식감은 홍진미가 조금 더 쫄깃하다.
씹으면 씹을수록 좋은 맛이 나는 것이 진미채의 특징이다. 단백질, 비타민E, 아연, DHA, EPA, 타우린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 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재료다. 다만 조미 제품은 당분과 나트륨이 있으니 과하게 먹는 건 삼가는 게 좋다.
진미채 무침에 올리브유를 쓰는 방식은 기존 레시피와 확실히 다르다. 참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넣으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풍미가 생긴다. 올리브유 특유의 향이 진미채의 짭짤한 맛과 의외로 잘 맞는다. 다만 올리브유 향을 아예 싫어한다면 이 방법은 맞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진미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만드는 법은 이렇다. 진미채를 먹기 좋은 크기로 가위로 잘라 볼에 담는다. 이걸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린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조금 넣는다.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무너지니 조심한다. 간장은 각자 입맛에 맞게 적당량 넣고,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더한다. 올리브유는 넉넉하게 붓는다. 양이 아깝다고 조금만 넣으면 잘 무쳐지지 않는다. 여기에 깨소금도 넉넉히 뿌린다. 그리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끝이다.
포인트는 세 가지다. 전자레인지 30초는 생략해도 맛에는 지장 없지만 살균이 신경 쓰인다면 넣는 편이 낫다. 올리브유는 아낌없이 써야 재료가 고루 버무려진다. 깨소금은 마지막에 넉넉히 뿌려야 고소함이 살아난다.
진미채 무침은 원래 볶음이 정석처럼 여겨졌다. 오징어채는 오래 볶으면 질겨지기에 빠른 시간 안에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볶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 늘 따라붙는 이유다. 불 조절이 관건인 볶음과 달리 무침은 그 과정 자체가 없다. 전자레인지 30초로 간단히 처리하고 양념에 버무리는 것으로 끝낸다. 요리에 자신 없는 사람도, 주방에 오래 서 있기 싫은 날도, 이 방법이라면 부담이 없다.
올리브유 무침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 처음엔 낯설어도 두 번, 세 번 먹다 보면 고추장 볶음보다 산뜻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자극적인 것에 지쳐 있을 때, 가볍고 고소한 한 접시가 필요할 때 꺼내기 좋은 레시피다. 진미채는 냉장 보관하면 며칠 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이기도 하다. 불 켤 일 없는 반찬 하나를 냉장고에 채워두는 것, 생각보다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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