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산수출 정책적 고려"…재판부 '범인도피 의사·목적' 유무 파악에 집중
조태용·박성재·심우정 측도 "절차 위반 없어"·"전체 맥락 봐야" 혐의 부인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이른바 '호주 도피' 의혹 첫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31일 윤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범인도피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열어 특검과 피고인측 입장을 들었다.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모두진술에서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 후 수사외압 의혹이 커지고 관련 특검법이 추진되자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해 외국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채상병 사망 넉 달 뒤인 2023년 11월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였던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키고자 대사 임명을 지시했다는 취지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 전 실장, 박 전 장관, 이 전 비서관 등이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및 출국 과정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사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지 법리적 한계를 묻는 재판"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였다는 것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호주대사 임명은 전임자의 정년퇴직에 맞춘 통상적 절차였으며, 인도·태평양 전략 안보 파트너십을 위한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출국금지 해제는 법무부가 관련 규정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독립적으로 한 것"이라며 이 전 장관에 대한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도 관여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함께 기소된 조 전 실장 변호인 역시 "공소사실은 모두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공관장 임명 지시를 관련 부처에 전달한 직무수행의 일환"이라며 "도피 행위가 존재하지 않고 고의 및 공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전 장관 측은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출국금지 심의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전체적인 맥락을 살피지 않고 '견강부회'한 자의적·독단적 견해"라고 비판했다.
심 전 차관 역시 "특검은 심의위 결론이 정해져 있어 절차가 형해화(뼈대만 남음)됐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절차 위반 사항을 특정하거나 밝히지는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장 전 차관, 이 전 비서관 등도 모두 혐의를 다투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모두진술이 끝난 뒤 직접 발언에 나서 당시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이 정책적 고려였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종섭 대사 지명자는 국방부 장관 시절부터 방산 수출에 상당한 성과를 냈던 사람"이라며 호위함 수주를 위해 호주대사에 임명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수처는 고발장이 접수된 후로 단 한 번도 이 전 대사를 소환하지 않다가 석 달 후에 출국금지를 걸었고, 그 이후에도 소환하지 않고 출국금지를 연장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특검 소추가 여러 측면에서 도저히 정상적인 소추냐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 사안에서) 범인도피 의사가 주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 같다"며 "범인도피의 목적으로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심의위 과정에서) 절차적 요건만 갖춘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범인도피 목적의 호주대사 임명에 대한 실체가 있는지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오는 4월 10일 2회 공판을 열고 외교부 공무원과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다음 기일인 4월 17일에는 차정현·이대환 공수처 검사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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