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국면에서 국내 은행권이 순이자마진(NIM) 개선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 가고 있지만, 동시에 자산건전성 지표는 빠르게 악화되며 '수익성-건전성 괴리'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는 NIM은 금리 상승 효과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지속 중이다. 주요 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최대 수준의 이자이익을 기록하며 외형상 '호황' 국면을 이어 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구조적 체력 개선이라기보다 금리 환경에 따른 '단기 착시'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이다. 실제 건전성 지표는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000억원 증가한 반면, 연체 채권 정리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크게 줄며 연체율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신호가 뚜렷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으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2%까지 치솟았다. 가계대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계 연체율은 0.42%로 상승했고, 신용대출 등 비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84%까지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은행권 전반으로 보면 건전성 악화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각 사 공시 등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원화대출 평균 연체율은 0.46%로, 지난해 말(0.36%) 대비 불과 두 달 만에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상승세다. 각 사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 평균 NPL 비율은 0.40%로 지난해 말(0.34%) 대비 0.06%포인트 올랐으며, 특히 중소기업 부문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들의 자산 성장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은행들은 최근 금리가 높은 기업대출 중심으로 자산을 확대하며 이자이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 차입 부담이 커지며 향후 부실 전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포함된 중소기업 대출에서 연체율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역시 이 같은 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가계대출 중심에서 기업대출 중심으로의 전환은 수익성에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건전성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충당금 부담 확대도 변수다.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증가가 이어질 경우 신용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향후 이익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실제 은행권의 무수익여신 규모는 약 3조8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하는 등 부실 축적 속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결국 현재 은행 실적은 '좋을 때 더 위험해지는 구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겉으로는 이자이익 증가와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연체율 상승과 부실 누적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는 NIM 개선으로 실적이 좋아 보이지만, 동시에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며 부실이 누적되는 구조"라며 "향후 경기 둔화나 금리 변동이 현실화될 경우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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