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글 현판에 찬반 팽팽…"국가 정체성" vs "역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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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글 현판에 찬반 팽팽…"국가 정체성" vs "역사 왜곡"

연합뉴스 2026-03-31 16:19: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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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수렴 위한 토론회 열려…"신중한 접근 필요" 절충론도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 현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주요 입장 및 논거를 위해 마련됐다. 2026.3.31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한글 현판은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입니다."(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한글 현판은 역사를 왜곡하고 옛사람의 행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제안한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23년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기존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그 아래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내용이다.

광화문에는 1968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로 쓴 친필 현판이 걸렸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원형을 복원한다는 이유로 한자 현판으로 교체됐다.

이후 2023년 10월 균열이 간 기존 한자 현판을 떼어내고,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로 쓰인 지금의 한자 현판을 새로 설치했다.

광화문 한글 현판 예시 그림 광화문 한글 현판 예시 그림

[광화문훈민정음체현판 설치국민모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토론회에서 찬성 측 발제자로 나선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다는 일은 국가의 정체성을 문화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행위"라며 찬성 의견을 강력히 밝혔다.

그는 "한글은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의 기본인데도 국가 상징 공간인 광화문에 한자만 있고 한글은 없다"며 "한글 현판 설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주성을 세계에 드러내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도 "한글은 우리 민족을 오늘날 여기까지 있게 한 혁신의 산물"이라며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며, 그 혁신 중 하나가 바로 광화문 한글 현판 달기"라고 강조했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 원장도 "광화문 한글 현판 설치는 역사 왜곡이 아니라, 후손의 자각과 시대정신을 더해 역사를 완전체로 만드는 과정"이라며 "한글 현판은 대한민국 문화관광 콘텐츠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하는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발제하는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이 발제하고 있다. 2026.3.31 scape@yna.co.kr

반면 한글 간판 반대 측은 "한글 현판 추가는 역사를 왜곡하고, 옛사람의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측 발제자로 나선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은 "문화유산은 우리가 물려받은 과거의 흔적이다.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하는 것은 과거의 물질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라며 "과거에 개입하지 말고, 과거가 당시 사회와 문화를 스스로 증언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도 "한자 현판 아래 한글 현판을 덧붙이는 것은 단순한 발음기호 표기에 불과하며, 이는 오히려 한글의 주체적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판 자체가 한문 문명권에서 나온 것이므로 한글 표기는 다른 형식을 찾는 것이 더 맞다"고 말했다.

이어 홍석주 서일대 건축과 교수도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단다면 최근에 복원해 겨우 제모습을 갖춘 고종 당시 광화문의 모습을 왜곡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원형에서 멀어지는 복원이 아닌 원형에 가까워지는 복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덧붙였다.

광화문에 한글 현판 추가될까? 광화문에 한글 현판 추가될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한글로 쓴 광화문 문구를 들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주요 입장 및 논거를 위해 마련됐다. 2026.3.31 scape@yna.co.kr

논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절충안도 제시됐다.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전통과 현대의 혼종성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광화문 공간을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가란 물음은 미래를 향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풀어가야 할 숙제"라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광화문 한글 현판에 대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추가로 이어갈 방침이다. 문체부 누리집(www.mcst.go.kr)에 의견 게시판을 개설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 조사와 대국민 설문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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