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줄었지만, 적발 금액은 지난해 1조1000억원을 넘기며 또다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건수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보험사기가 개인 단위의 소규모 편취에서 조직형·대형 범죄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0.6% 늘며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 반면 적발 인원은 10만5743명으로 3.0% 줄었다. 적발된 사람은 감소했는데 금액은 늘어난 만큼, 건당 편취 규모가 커지는 ‘고액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보험 종류별로 보면 자동차보험이 5724억원으로 전체의 49.5%를 차지했다. 장기보험은 4610억원으로 39.8%였다. 보험사기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자동차보험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유형별로는 사고 내용 조작이 63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54.9%에 해당한다. 진단서를 위·변조하거나 실제보다 피해를 부풀려 보험금을 더 타내는 방식이다. 허위사고는 2342억원(20.2%), 고의사고는 1750억원(15.1%)으로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병원 연루 사례다. 병원이 자동차보험을 악용해 치료비를 과장 청구한 사례는 전년 대비 582.5% 급증했다. 단순 가입자 일탈을 넘어 의료기관이 개입하는 구조적 보험사기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유형이 적발까지 오래 걸리고, 한 번 적발되면 피해 규모도 큰 편이라고 본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만3346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22.1%다. 이어 60대 2만1041명(19.9%), 40대 2만230명(19.1%) 순이었다. 40~60대가 과반을 차지한 셈이다. 특히 60대 이상 비중은 늘어난 반면, 20대 보험사기는 자동차보험 관련 적발 감소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
직업별로는 회사원이 23.0%로 가장 많았다. 무직·일용직 12.1%, 주부 9.2%, 학생 4.7%, 운수업 종사자 4.6%가 뒤를 이었다. 무직·일용직과 학생, 보험업 종사자 비중은 증가세를 보였는데, 당국은 이 가운데 보험업 종사자가 개입한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양상이 갈수록 조직화·전문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병원과 보험업 종사자가 얽힌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유관기관 공조를 강화하고 특별신고기간에 접수된 내부자 제보를 토대로 기획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 진술이 확보돼야 구조적 보험사기를 더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사기 증가는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가 떠안은 손실이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이나 내부 종사자가 연루된 보험사기는 일반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법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며 “제보 활성화와 조사 공조, 처벌의 실효성이 함께 확보되지 않으면 보험사기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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