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31일 개막한 '2026 국제물류산업대전(KOREA MAT 2026)'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물류 자동화 설비·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물류로의 전환에 있어 우리보다 최소 5년은 앞서 있는 중국의 무서운 시장 잠식이었다.
전시회장에 전시된 제품들 대다수가 중국산이라는 게 참석한 물류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날 처음 공개된 물류전용 대형 드론의 제작사는 중국 DJI다. 물류 분야에서 자율주행, AI 등 첨단 산업과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자동화된 물류 장비를 움직이는 컴퓨터 프로그램, 플랫폼 시장은 중국이 장악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중국인 플랫폼 엔지니어, 기술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KOREA MAT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주최하고 국토교통부가 후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산업 전시회다.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올해 전시회에는 국내외 물류 관련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총 182개 기업이 참가해 물류 자동화 설비는 물론 자율주행 물류로봇(AMR·AGV) 등 다양한 최첨단 설비·장비를 선보인다.
프랑스 물류 로봇 기업 엑소텍(Exotec) 부스를 처음으로 찾았다. 엑소텍은 차세대 스마트 물류 자동화 솔루션 스카이팟(Skypod)을 공개하고 고처리·고밀도·확장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물류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오지석 엑소텍 한국지사장은 스카이팟의 기술적 강점과 안전 설계, 유지·보수 체계, 글로벌 고객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부스에서 진행된 데모 시연에서는 3차원 이동 로봇 기반의 스카이팟 시스템을 통해 실제 물류센터 환경을 구현했다. 엑소텍은 고밀도 저장과 고속 피킹·처리 성능, 유연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한 운영 효율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시연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오 지사장은 “스카이팟은 일본의 대형 패션 기업 PAL, 유럽 물류기업 데카트론, DHL등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이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무신사(패션), 산하물산(육류 육가공)에서 스카이팟 도입을 결정했고 CJ올리버네트웍스와 협업을 거쳐 연내 경남 양산에 위치한 부산대병원의 수술 장비 처리에도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엑소텍은 창고 자동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물류 자동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 만큼 올해 한국 지사의 직원 채용 규모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의 부스로 이동했다. CJ대한통운은 '물류의 미래는 이미 시작됐습니다-AI Logistics’라는 컨셉 아래 전시회 부스를 △AI 코어 존 △휴머노이드 존 △컨설팅 존 △경험 존 등 총 4개 구역으로 구성했다. 각각 물류의 두뇌, 몸체, 실현, 경험을 주제로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게 전시 콘텐츠를 준비했다.
휴머노이드 존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국내 물류기업 중 최초로 현장 실증을 진행한 AI 휴머노이드 양팔 로봇 2대가 배치돼 있었다. 로봇 2대가 협동해 상품을 집어 들어(피킹) 박스에 넣고 완충재를 투입하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었다.
CJ대한통운 부스 한 켠에는 고객 상품에 적합한 친환경 포장재 및 완충재를 추천하는 로이스 오팩(LoIS O'Pack), 물류센터 내 온습도 관제 시스템인 로이스 온도(LoIS Ondo)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로이스 오팩 개발에 참여한 CJ대한통운 연구원으로부터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3자물류(3PL) 기업 파스토의 자율주행 물류로봇도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파스토의 자율주행 물류로봇은 스스로 작업 동선을 설계해 상품 이송·피킹 등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대규모 풀필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파스토는 물류센터 내에 물류로봇 50대 이상을 보유·운영하고 있다. 파스토 관계자는 “향후 물류로봇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함으로써 AI와 연계된 물류 자동화 구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쿠팡도 참가했다.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이 물류산업대전에 왜 참가했을까?’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 전시관에는 로켓 배송의 메커니즘과 친환경 배송, AI 자동화 시스템 등 다른 참가 기업과 특별히 차별화된 제품은 보이지 앟았다. 쿠팡 관계자는 KOREA MAT에 3년째 참가 중“이라고 밝혔다.
문득 얼마 전 만난 CJ대한통운 관계자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관계자는 향후 동종업계의 라이벌 혹은 경쟁자로 쿠팡을 지목했다. 공교롭게도 쿠팡과 CJ대한통운의 부스는 이날 바로 이웃해 배치돼 있었다.
로지스올그룹 계열사 한국컨테이너풀은 대형 물류용 드론을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드론은 국내에 2대만 존재하며 중국 DJI가 제작했다. 중국과 일본에선 물류 사업에 드론이 상용화돼 있지만 한국은 아니다. 100㎏의 화물을 들어 운송할 수 있는 해당 드론은 현재 국내 인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인증을 받는 대로 판매 및 리스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어느 물류전시회를 가도 이젠 중국산 제품과 기술이 시장을 장악했다”며 “기존에는 일본산 부품 및 제품을 많이 사용했지만 5년 전부터 중국산 제품, IT 기술, 플랫폼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국내 물류기업과 화주들이 중국산 제품을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했고 이렇다 할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신뢰를 획득했다”고 말해 물류 자동화에 있어 한국 기업의 분발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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