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인상 없다는 복지부 해명…10년 대계와 현실 사이 소통 과제
가격 효과는 단기적…이미 추진 중인 비가격 정책과의 시너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최근 우리 사회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1만원 담뱃값 인상 소동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보건복지부가 당장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는 정부가 수립한 장기적인 건강 증진 목표가 국민의 현실적인 삶과 만나는 지점에서 얼마나 정교한 소통이 필요한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서민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담배 한 개비의 무게를 두고 벌어진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흡연율 하락이라는 목표를 향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느닷없이 튀어나온 가짜뉴스가 아니었다. 정부가 이미 2021년에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에는 담배 가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중장기적 방향이 명확히 담겨 있다.
이번 소동은 10년 단위의 긴 호흡으로 추진되는 정책의 이정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에 가깝다.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이미 공개된 정책 방향을 토대로 미래의 청사진을 설명하려 했으나 고물가 시대에 지갑 사정이 예민해진 국민에게는 당장의 부담으로 먼저 다가온 셈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가 단순히 가격 인상 카드만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 논란 이전부터 금연 구역 확대, 담뱃갑 경고 그림 강화, 청소년 대상 노담 캠페인(보건복지부에서 2020년부터 진행하는 청소년 대상 금연 캠페인 공익광고. 'No + 담배'라는 뜻에서 노담이다) 등 다양한 비가격 정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37년 만에 담배사업법을 개정하는 등 담배 규제를 위한 법적 기반을 닦는 데도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보건당국 역시 가격과 비가격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만 실질적인 흡연율 하락을 끌어낼 수 있다는 통합 패키지 정책의 중요성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데이터가 가리키는 현실은 여전히 엄중하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하나 박사의 최근 연구(한국 담배가격 정책의 성인 흡연행태 영향 분석:코호트 자료 분석과 모의실험모형의 활용)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정부 목표치인 25%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현재 4천500원인 담배 가격을 최소 8천원 수준으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 우리나라 담뱃값이 국제 평균에 비해 여전히 낮고 지난 2015년 인상 이후 10년이 흐르면서 가격 장벽으로서의 억제력이 점차 약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 인상이라는 채찍이 생각보다 금방 무뎌진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 결과(담배 판매량에 대한 담뱃세 인상의 영향)에 따르면 담뱃값을 올린 직후에는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지만 불과 4개월 정도가 지나면 판매량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경향을 보인다. 중독성이 강한 담배의 특성상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크게 줄이지 못하는 비탄력적인 수요가 확인된 것이다.
결국 일회성 대폭 인상은 단기적인 충격 요법에 그칠 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금연으로 이어지기에는 정책적 한계가 뚜렷하다.
따라서 향후 정책의 핵심은 이미 시행 중인 비가격 정책의 효능감을 어떻게 더 끌어올리고 이를 가격 정책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금연 구역을 단순히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단속 체계를 갖추는 것, 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와 동일한 수준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또한 매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맞춰 담뱃값을 조금씩 자동으로 조정하는 물가연동제 도입 등도 정치적 소모전을 줄이면서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담배 연기 없는 사회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만으로도 혹은 일시적인 가격 인상만으로도 완성될 수 없다. 이번 소동은 정부가 추진해온 기존의 비가격 정책들을 국민에게 더 명확히 알리고 앞으로 나아갈 장기적인 로드맵을 어떻게 더 세밀하게 설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계기가 돼야 한다. 흡연율 하락이라는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미 가동 중인 다양한 정책 수단들을 정교하게 결합하고 국민의 삶을 깊이 배려하는 따뜻한 소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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