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토큰증권(STO)은 제도권 진입의 문턱을 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채권·주식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분할 발행·유통하는 시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수백조원 규모의 잠재 시장이 거론되자 여의도는 서둘러 전열을 가다듬었다. 컨소시엄과 협의체가 잇달아 꾸려졌고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해 발행한 첫 디지털 채권도 나왔다. 본지는 이 새판의 주역으로 부상한 미래에셋·SK·LS·KB·NH투자 등 5개 증권사를 조명한다. <편집자주>편집자주>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지난 1월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이른바 ‘토큰증권(STO)’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에 따라 부동산·미술품은 물론 채권과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분할 발행·유통하는 거대한 틈새시장도 마침내 제도권에 편입됐다.
성장 잠재력은 폭발적이다. 31일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약 30조원 수준인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 규모는 2030년 최대 6000조원대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씨티그룹 역시 2030년 글로벌 시장 규모를 최대 5조 달러(약 6700조원)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 또한 올해 34조원(GDP 대비 1.5%)에서 2030년 367조원(14.5%)으로 연평균 49%씩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 발 빠른 생태계 선점… 협의체로 사업 기회 모색
수백조 원대 잠재 시장이 열리자 여의도 증권가의 발걸음도 바빠진 가운데 NH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업계 최초로 기업 간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출범시켰다.
당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새로운 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시장인 만큼 고객의 신뢰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분야별 전문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투명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각투자 사업자(투게더아트·트레져러), 기술기업(블록오디세이), 평가사(한국기업평가) 등 8개사로 출발한 협의체는 석 달 만에 NH농협은행, 케이뱅크 등 금융사와 부동산 조각투자사들을 추가로 영입해 12개사로 덩치를 키웠다.
경쟁사들의 추격도 본격화됐다. 신한투자증권(STO 얼라이언스), KB증권(ST 오너스) 등이 잇따라 연합체를 꾸렸고 키움증권은 외부 기술 인프라 협약을 맺었다.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 NH·KB·신한 3사가 지난해 9월 토큰증권 공동 인프라 구축을 위해 손을 맞잡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 미술품 투자로 첫 단추…승부수는 ‘정형증권’
NH투자증권의 실질적인 첫 단추는 ‘미술품 조각투자’였다. 2022년 12월 ‘아트투게더’ 운영사인 투게더아트와 손잡고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작성 지원은 물론 고객 예치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비대면 전용 계좌 연동 시스템을 완성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의 진짜 승부수는 경쟁사들과 궤를 달리한다. 업계의 관심이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 ‘비정형 자산’의 토큰화에 쏠려 있을 때 중장기적으로 채권·주식 등 전통적인 ‘정형증권’의 토큰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기초자산 평가와 공시, 유동성 확보에 제약이 큰 비정형 자산보다는 기존 정형증권의 발행 및 유통 방식을 블록체인으로 확장하는 것이 시장 효율성과 확장성 면에서 훨씬 파급력이 크다는 철저한 계산에서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토큰증권은 중소기업이나 프로젝트 사업자들에게 저비용 자금 조달의 새로운 경로가 될 것"이라며 전통 금융과의 시너지에 주목했다.
▲ IPO와 판박이… NH의 승부수는 결국 IB
실제로 해외 금융 선진국들은 이미 한발 앞서가고 있다. 독일 국책은행(KfW)과 유럽투자은행(EIB)은 이미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미국은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BUIDL)가 등장했고, 일본은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이 부동산 신탁수익권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등 글로벌 금융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NH투자증권은 자사의 막강한 투자은행(IB) 역량을 핵심 무기로 꺼내 들었다. 토큰증권의 기초자산 검토부터 공시, 청약, 배정,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일련의 발행 구조가 기존 기업공개(IPO) 프로세스와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에 얽매이기보다는 인프라 참여와 비즈니스 발굴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올해는 현행 제도 내에서 가능한 신탁수익증권 등의 발행 서비스 고도화와 청약 자금 분리보관 시스템 개선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기존 IB 부문의 강력한 자문 및 발행 지원 역량을 디지털 영역으로 이식해 건전한 토큰증권 생태계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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