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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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칼럼]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국립고궁박물관

문화매거진 2026-03-31 12:25:32 신고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과정이 공유되는 재미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누군가에겐 지난할, 반복을 반복해야 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재미인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이 노출된 이 전시, 왜 이렇게 즐길 수 없었을까. 머리로는 중요하고 흔치 않은 공개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무엇이 그리 어색했을까 한참 생각했다.

▲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국립고궁박물관 / 사진: 유정 제공
▲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국립고궁박물관 / 사진: 유정 제공


-설명과 유물, 둘 중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유익한 전시와 재밌는 전시는 다른 것일까?
-현시대에선 낯선 형태의 유물이기에 동화가 덜 되었을까?
-아니면 유물에 관해 너무 낱낱이 공개된 ‘정보’로 인해 내가 그에 대해 ‘상상할 거리’를 잃은 것일까?
-곳곳에 O, X 형식의 퀴즈와 스탬프를 모으는 체험 장치가 있었다. 퀴즈를 풀고 도장을 모으는 이 일련의 행위가 ‘감상’에 도움이 되었나?
-아니, 애초 이 전시의 기획 의도는 감상이 아닌, ‘체험’이었던가. 그렇다면 내가 잘 못 짚었을 것이다. 나는 체험이 아닌 ‘감상’으로 그 특별함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기록과 보존 류를 감상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
-감상은 설명이 아닌 느끼는 것이다. 말이 많지 않았다면, 설명이 제거되었다면 좋았을까?

▲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국립고궁박물관 / 사진: 유정 제공
▲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국립고궁박물관 / 사진: 유정 제공


대신 답이 없는 문장이 좋았다. 아래는 전시에서 공유된 ‘보존과학자의 질문’ 중 일부다. 필자가 이 전시를 이렇게나마 곱씹어 보고 싶었던 이유다.

보존과학자의 질문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가
시간의 흔적도 손상인가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가
보존처리할 때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해야 할까
유연성을 고려한 배접방법은 무엇일까
직물에 사용된 염료는 무엇이었을까
사라진 유리구슬, 그대로 사용해야할까
어떤 성분의 재료로 제작되었을까

전시가 와닿지 않던 이유는 내가 영감을 얻길 바라는 방식과 전시의 결이 달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시는 곳곳에 놓여 있던 질문과 답변, 공유된 과정들로부터 답을 찾아 스탬프를 모으는 형식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탐색형 체험이 취향이 아닌 나로서는 이 분위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작가는 누군가 내놓은 질의응답이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이 형성한 형식을 드러내는 자들이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을 통해 말이다. 때문에 그곳에서 나는 정해진 설명과 답보다 ‘다음을 잇는 과정’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찾고 있던 것이었다.

그에 고민이라는 흔적,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있어서 가장 좋은 답변을 내놓고 싶은 마음이 상상되는 질문들이 좋았다. 이에 대한 답은 모두 공유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보존과학자마다도 내놓을 답변이 다를 것이다. 이것이 자료로 공개될 어느 날을 기대하며. 

여러분은 저 질문들에 무엇이 연상되는가? 그것이 답이 아니어도, 정해지지 않은 채로 남아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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