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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31일 성명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정책 도입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통계와 제도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먼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주요 근거로 제시되는 소년범죄 증가 및 저연령화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여 년간 전체 소년범죄자 수와 비율은 감소하거나 정체된 흐름을 보여왔고 성인 범죄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일부 연령대에서 사건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인구 구조 변화나 신고·적발 방식, 범죄 유형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특정 시기와 연령대의 변화를 전체 구조적 증가로 일반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범죄의 저연령화·흉포화 주장 역시 통계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년범죄의 주된 연령대는 여전히 16~18세에 집중돼 있으며 전체 범죄 중 절도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강력범죄 비율도 연도별로 등락을 반복해 왔다고 설명했다.
연령 하향이 범죄 억제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인권위는 “덴마크 등 일부 국가에서는 형사책임 연령을 낮췄다가 재범 증가와 교육 중단 등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다시 상향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형사책임 연령을 낮출 경우 조기 낙인 효과와 사회적 배제, 교육 기회 상실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재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다고 덧붙였다.
촉법소년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현행 제도에서도 보호관찰, 시설 위탁, 소년원 송치 등 강도 높은 보호처분이 가능하며, 최대 2년까지 소년원 송치도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이번 논의가 소년범죄의 근본 원인을 외면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빈곤과 가정 해체, 방임과 학대, 학교·지역사회 안전망 부족, 정신건강 지원 미비 등이 소년범죄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 만큼, 예방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돌봄과 교육, 복지, 정신건강 지원, 위기 가정 개입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년사법 통계 체계 구축과 재사회화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 기준 역시 연령 하향에 부정적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유지하거나 높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동일한 권고를 제시한 바 있다.
인권위는 “아동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고 성장할 권리를 가진 존재”라며 “연령 하향이 아닌 소년사법 환경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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