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첫 파업을 가결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사측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전제로 ‘협상 테이블 수정’이라는 카드를 동시에 던졌다. 존 림 대표이사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가 향후 ‘공장 셧다운’을 막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사측이 진정성 있는 종합 대책을 제시할 경우 현재 내건 요구안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회사 측이 노조 요구안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안건을 내놓고 성실하게 임한다면, 당연히 기존 요구안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13차례 교섭에서 사측이 개별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대응하며 시간을 끌어온 것에 대한 비판이자, 대표이사의 결단을 촉구하는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갈등의 키는 존 림 대표가 쥐고 있다. 존 림 대표는 지난 20일 노조 측과 독대한 자리에서 “해외 일정에서 돌아온 뒤 한번 보자”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까지 사측의 공식적인 추가 협의 요청은 없는 상태다. 박 위원장은 “사실상 실무진과의 협의는 이제 의미가 없고, 결정권자에 가까운 존 림 대표와의 협의가 남았다고 보고있다”고 했다.
타협의 여지는 열어뒀지만, 파업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날 마감된 쟁의 행위 찬반 투표 결과, 선거인 3678명 중 95.38%가 참여해 이 중 95.52%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전체 임직원의 75%가 노조원인 만큼,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은 불가피하다. 노조는 우선 내달 22일 집회나 결의대회 등 첫 오프라인 단체 행동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이후 노동절인 5월 1일을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역대급 실적에 걸맞은 보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4조5570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 지급과 임금 14%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삼성전자 수준(기본 4.1%, 성과 2.1%)의 가이드라인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내부 인사 문건 유출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점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존 림 대표가 그룹 기조와 별개로 삼성바이오만의 ‘유연한 보상안’을 내놓을지가 이번 사태 해결의 관건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임금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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