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소속세탁' 사우디大의 몰락…연고대 '학술용병'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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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소속세탁' 사우디大의 몰락…연고대 '학술용병' 문제없나

연합뉴스 2026-03-31 05: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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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대학, 언론 폭로로 '이중 소속' 꼼수 드러나…지원 연구자 1천명 '퇴출'

연세대 "2022년 계약 종료"·고려대 "소속기재 조건 아냐, 실질적 협업 이뤄져"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이의진 이율립 양수연 기자 = 국내 명문사학들이 글로벌 랭킹을 위해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술 용병' 꼼수가 사실상 3년 전 전 세계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학 '매수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시 사우디 대학들은 국제적 철퇴를 맞고 순위가 급락했다. 물론, 비밀리에 이뤄진 연구인력 지원은 '공개적 협력'을 추진하는 한국 대학들의 사례와 다르다. 다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기보다 다중 소속 등 구조상 유사점이 있는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학계의 감시망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3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킹압둘아지즈대, 킹사우드대 등 사우디 주요 대학들이 학술 데이터베이스 상 주요 소속처를 자교로 기재하도록 해외 저명 연구자들을 '매수'했다는 의혹은 2023년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의 대대적인 탐사보도로 폭로됐다.

이들 대학이 노린 것은 글로벌 학술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 명단이었다. 명단에 등재된 교원이 많을수록 세계대학학술랭킹(ARWU·상하이 랭킹) 등 주요 평가 순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 1억 '오일머니'에 엮인 학자들…무더기 퇴출

사우디 대학들은 연구자가 주요 소속을 사우디로 등록하도록 비밀리에 거액을 지급했다. 일부 서구권 연구자는 무려 7만 유로(약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제안받았다. 연구 기여도가 없는 사우디 교원을 논문 공동 저자로 끼워주면, 학술지 게재료를 학교가 전액 대납해 주는 수법도 동원했다.

오일머니를 동원한 '지표 사냥'의 결과로 2010년대 초 상하이 랭킹 300위 밖이었던 이들 대학은 2016년 150위권 안쪽으로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매수 스캔들이 폭로되자 학계의 철퇴가 가해졌다. 클래리베이트는 2023년 하반기 HCR 명단에서 소속 부풀리기 등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된 연구자 1천여명을 과감하게 영구 제명했다. 그 결과 킹압둘아지즈대의 순위는 다시 200위권 밖으로 폭락했다.

이 사태 이후 글로벌 학계에선 외부 영입이 실질적인 연구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킹압둘아지즈대의 부패를 고발한 내부 연구자 사크르 알후탈리(Sakhr Alhuthali)는 엘 파이스 인터뷰에서 "고인용 연구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사우디 알나스르로 이적) 사례처럼 실제로 (사우디로) 이주하도록 노력해야지, 멀리서 논문만 이용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고려대(왼쪽)와 연세대(오른쪽) 고려대(왼쪽)와 연세대(오른쪽)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금전 대가' 해석은 사업 취지 왜곡" 반론

고려대가 인류 난제 해결을 목표로 국제 연구 네트워크 'K-클럽'을 출범시킨 것은 이 사우디 스캔들이 학계를 강타한 이후다. 연세대 역시 '연세대 프론티어 랩'을 통해 초청 석학이 소속처로 자교를 기재할 시 인센티브를 지급한 바 있다.

고려대 측은 "사우디 대학의 교원 소속 강제 명시를 요청한 사례와 고려대의 사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못박았다.

학교 측은 "실질적 협력이 확인되지 않았던 사우디 사례와는 다르다"며 "현재 K-클럽을 통해 임용된 해외 연구자는 약 150명 중 80여명이 본교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등 실질적인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외 학자들에게 단순히 소속 기재를 조건으로 한 고정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금전적 대가로 인력을 확보하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업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역시 연구자의 소속 병기로 이득을 챙기는 구조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22년 학자들과의 계약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년 논문 수십 편을 찍어내는 해외 다작 저자들이 데이터베이스 상의 '다중 소속'만으로 결국 한국 대학 랭킹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현실은 뼈아프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화한 대학평가 시스템에 정통한 한 사립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피인용 수치를 대학들이 공동으로 나눠 가지는 것은 대학 순위 상승 전략"이라며 "관행상 문제가 없더라도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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