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한달 넘게 장기화되면서 에너지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하다"며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부문 차량 5부제를 전면 시행하는 등 모든 방안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경우 민간으로 차량 5부제를 확대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李 대통령 "생각보다 상황 좋지 않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30일 오전 6시 현재(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101달러를 넘어섰으며 같은 시각 브렌트유도 107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을 위해 4월 6일까지 발전소 공격을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90달러 선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미군이 이란 인근에 속속 집결하며 지상전 가능성이 제기되자 다시 100달러를 돌파했다.
문제는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돼 원유 수급이 원활치 않다는데 있다.
이에 정부는 연일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도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6일 청와대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위기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공동의 도전"이라며 "우리에게 단번에 상황을 반전시킬 해법은 없지만 그럴수록 더욱 지혜를 모으고, 또 고통을 나누는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은 차량 5부제를 비롯해 솔선수범해야 되겠고,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에너지 절약 등 일상 속의 작은 실천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靑 강훈식 "공공부문부터 고강도 에너지절약…모든 조치 전면시행"
청와대도 '에너지 절약'을 재차 강조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 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을 당부했다.
강 실장은 "에너지 확보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효율적 사용"이라며 "공공부문이 우선 강도 높은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정부와 공공기관에 승용차 5부제, 조명 소등, 냉난방 기준 강화 등 가능한 모든 절감 조치를 전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에겐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 등 생활 속 절약을 실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토대로 출퇴근 시간을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비상경제본부 회의 주재 "에너지 절약하고 사재기 자제"
구윤철 "유가 120∼130달러 되면 민간도 차량 5부제 검토"
지난 29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비상경제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실무대응반별 상황보고와 대응방안 논의가 이뤄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거시경제·물가대응반'에서는 나프타 긴급수급조정조치, 요소·요소수 매점매석 금지의 철저한 집행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물가 관리를 위해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 중동전쟁 물가대응팀'을 통한 물가 파급영향 점검 및 신속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매일 전국 1만 개 주유소 가격을 점검하는 등 적극 관리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장을 맡은 '에너지수급반'은 석유, 가스, 나프타의 수급 및 가격동향 점검과 함께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 강화 방안을 공유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 체감을 위한 가격안정 총력 대응, 나프타의 경우 석화업계의 가동률 및 설비 조정과 국외 도입 등 수급 대응 현황을 공유했다.
'금융안정반'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100조 원 플러스 알파' 시장안정프로그램 집행 계획을 보고했다. 또한 정책금융 지원 프로그램 규모를 20조 3000억 원 수준에서 24조 3000억 원으로 4조 원 이상 확대해 피해기업과 협력업체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외상황관리반'은 중동정세 및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대해 보고하고, 주요 원유·LNG 생산국 등 유관국과의 외교적 협의 현황을 설명했다.
김 총리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모으고 어려움을 분담하는 상생과 연대가 절실하다. 차량 5부제, 에너지 절약, 사재기 자제 등 범국민적 동참이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협조와 정부·기업의 솔선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현재 차량 5부제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지만 유가가 더 오를 경우 민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으로 오르면 차량 5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29일 KBS '일요 진단'에 출연해 "더 심각해지면 3단계(경계) 정도로 올라가야 한다"며 "민간에도 국민들께 협조를 부탁드리기 위해서 부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3단계 상향 조건에 대해서는 "위기의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유가가 지금은 100∼110불 왔다 갔다 하는데 120∼130불 간다든지, 여러 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보겠다"고 설명했다.
조국, '출퇴근 대중교통 한시 무료화' 제안
정치권에서도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번 추경에 '출퇴근 대중교통 한시 무료화' 지원 사업을 넣을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조국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대책이 자가용 이용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는 탈피해야 한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다수 국민에 대한 직접 지원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선 '출퇴근 대중교통 한시 무료화'로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자가용 이용자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전 국민적 연대의 틀을 마련하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조 대표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독일은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위기 속에서 한 달에 9유로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 한정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 '9유로 티켓'을 도입했다"며 "3개월 시행만으로 대중교통 이용률은 25% 증가했고 물가상승률은 0.7%p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도시 몽펠리에와 노르웨이 도시 스타방에르가 2023년부터 대중교통 완전 무료화 정책을 실천 중"이라며 "교통량의 획기적 감소를 통한 기후 위기 대응과 저소득층 국민의 복지 확대 차원에서 도입했다"고 적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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