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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쟁 전 고점을 찍었던 1월 27일부터 지난 27일까지 8.7%(종가 기준) 하락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이 처음으로 발발했던 2018년 4월, 미·중 관세 협상 결렬 공포가 지배했던 2019년 5월의 조정폭과 큰 차이가 없다. WSJ는 “앞선 두 번의 조정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평범한 수준이었다”며 “이란 전쟁에 따른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전쟁과 지정학적 위기는 생각보다 미국 증시에 장기적인 타격을 주지 않았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1939년 이후 30개 주요 지정학적 사건에서 미국 증시의 평균 낙폭은 4%에 불과했으며 반등도 빠르게 이뤄졌다. 미국이 베트남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패배했을 때도 국내 산업 기반에는 타격이 없었다. 지난 100년간 증시를 실제로 무너뜨린 것은 전쟁이 아닌 대공황,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금융·경제적 충격이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증시가 1년간 하락한 진짜 이유도 전쟁보다는 닷컴 버블의 붕괴였다고 WSJ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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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시장은 현재 배럴당 111달러(브렌트유 기준)인 국제유가가 연말엔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안정에 각별한 관심을 쏟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란 공격 이후 S&P500 기업의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오히려 3.6% 상향됐다. LSEG 데이터 기준으로 5년 만에 가장 빠른 상향 속도다. 정유주의 이익 전망이 크게 올랐고 항공사·화학업체 등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업종은 하락했다. 주목할 것은 기술 섹터를 포함해 모든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일제히 상향됐다는 점이다. 기술 섹터의 4주 기준 상향폭은 1995년 집계 이래 최대폭을 기록했다. 전쟁 개시 전 미국 경제가 탄탄한 기초 체력을 지녔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미국이 순에너지 수출국이 되면서 유가 상승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티케오 캐피탈의 라파엘 튀엥 자본시장 전략 총괄은 “글로벌 경제는 강한 기반 위에서 출발했다”며 “이번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양호한 한 해를 보낼 수 있고 사태가 비교적 빨리 수습된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AI 붐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의 세 번째 버팀목이다. 투자자들은 데이터센터 확충과 반도체 수요 급증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이란 또는 미국 어느 쪽도 평화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거나, 원유 생산 시설의 피해가 더 커지고 오래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버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절벽 아래로의 추락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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