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N문화] 30년째 주인 없는 이름 ‘조선장’… 서울의 물길 기억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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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N문화] 30년째 주인 없는 이름 ‘조선장’… 서울의 물길 기억이 사라진다

뉴스컬처 2026-03-30 16:13: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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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조선장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서울 조선장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배는 땅의 강과 바다를 닮은 생활의 기술이다. 조선장은 우리 전통 배인 한선(韓船)을 만드는 장인을 뜻한다. 국가유산포털과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 자료에 따르면 근대 한선은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강과 바다를 오가던 배를 칭한다. 거룻배·나룻배·야거리배·당두리 같은 배들이 계보에 놓인다. 오늘날에는 황포돛배, 놀잇배, 기관선, 매생이배(그물배·낚싯배) 등이 주로 제작 대상으로 거론된다.

조선장의 기술은 단순히 나무를 깎고 이어 붙이는 목공의 차원을 넘어선다. 큰 배는 보통 2~3명, 작은 배는 1~2명이 배의 종류에 따라 일주일에서 한 달에 걸쳐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손을 보태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장에게는 배의 구조를 읽는 눈과 목재를 다루는 숙련, 물길과 하중을 견디는 구조를 계산하는 경험이 함께 요구된다. 배를 만드는 것은 공동체의 생업과 이동, 어로와 운송의 질서를 함께 짜는 일이었던 셈이다.

우리 전통 배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평평한 바닥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조선 배의 특징으로 물 깊이가 무릎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강 상류를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배의 바닥을 편편하고 탄력 있게 만든 점을 든다. 야거리배의 경우 돛대 하나를 세운 채 바다와 강을 함께 오갔다. 평평한 배밑 덕분에 한강을 거슬러 오르거나 모래밭에 그대로 올라앉을 수 있었다. 한선의 구조는 미학보다 먼저 지형과 물길, 조수와 모래톱에 적응한 삶의 기술이었다.

그래서 조선장은 ‘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한선은 우리 자연환경에 맞게 발달한 토착적 선박 기술의 집약체이고, 조선장은 기술을 몸으로 기억하고 손으로 전승하는 존재다. 국가유산청이 소개한 한선 관련 자료도 우리 배가 오랜 시간 평저선형을 기본으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한다. 물살이 빠르고 수심 변화가 큰 강, 간조와 만조의 차가 큰 해안이라는 한반도 조건 속에서 한선은 구조 자체가 환경에 대한 답이었다. 조선장은 그 답을 세대에서 세대로 옮겨 적는 장인이었다.

지금 서울의 조선장은 ‘보유자 공석’이라는 현실과 마주해 있다.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무형유산 조선장은 1992년 9월 30일 지정됐지만,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던 박정옥 고인이 1994년 10월 6일 작고한 뒤 현재까지 보유자가 없는 상태다. 서울시는 2024년 무형문화재 보유자 공모를 발표하면서 조선장을 오랜 기간 보유자가 공석인 종목으로 명시했다. 제도상 종목은 남아 있지만, 실제로 전승의 고리가 비어 있는 상황임을 행정도 인정한 셈이다.

공백은 단순히 한 명의 장인이 부재하다는 뜻에 그치지 않는다. 전통 배를 만드는 기술은 설계도만으로는 온전히 복원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무의 결을 읽는 법, 부재를 맞추는 순서, 강과 바다에서 실제로 배가 어떻게 버티는지에 대한 경험은 사람을 통해 이어진다. 조선장을 다시 불러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bolante484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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