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는 거인의 심장, 아쟁은 치마… 제주 설화·국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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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는 거인의 심장, 아쟁은 치마… 제주 설화·국악의 만남

뉴스컬처 2026-03-30 16:11: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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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공연 포스터. 사진=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공연 포스터. 사진=국립국악관현악단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공연은 내달 22일부터 5월 5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초연 당시 90%에 가까운 객석 점유율과 호평을 얻은 작품이 1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신나락 만나락'은 제목부터 귀를 끈다. ‘신과 인간이 만나 함께 즐거워한다’는 뜻의 제주 방언에서 가져왔다. 작품은 바다 아래 흙을 퍼 올려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거인 여신 설문대할망 설화를 바탕에 둔다. 신화적 상상력 위에 국악관현악을 얹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이 큰 특징이다. 무대를 “신화와 국악이 만난 환상 음악회”로 소개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음악이 사라진 세상에서 홀로 노래하는 아이 ‘선율’이 있다. 엄마를 찾아 길을 떠난 선율은 우연히 만난 애벌레 친구 ‘오물’이와 함께 모험을 이어가고, 그 여정에서 국악기 친구들과 교감하며 시련을 넘어선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성장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겨누는 지점은 보다 분명하다. 아이에게는 자립과 용기를, 어른에게는 잊고 지낸 위로와 공동체의 감각을 건네는 세대공감형 음악극이라는 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창작진의 조합이다. 연출은 판소리 창작자이자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 대표 박인혜가 맡았고, 대본은 구도윤이, 음악은 2025년 KBS 국악대상 작곡상을 받은 이고운이 맡았다. 국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창작진이 장기간 협업해 완성한 작품이다., 국립극장 공식 소개에 따르면 18편의 창작곡이 공연 전반을 촘촘히 받치며 서사를 이끈다. 어린이 공연이지만 음악적 완성도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공연에서 강조되는 것은 ‘연주자의 존재감’이다. 무대에는 퍼펫으로 구현된 주인공 선율과 오물, 네 명의 배우, 10명의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자가 함께 오른다. 연주자들은 단순히 배경 음악을 담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악기를 안내하고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 친구’로 등장한다. 초연의 호응을 바탕으로 작품을 더 친절하고 풍성하게 다듬었다고 소개한다. 그 중심에 연주자 역할의 확장이 놓여 있다.

작품의 중요한 축은 시각적 상상력이다. 선율이 지나가는 늪, 화산, 악기나무 숲은 가야금·거문고·해금 같은 국악기의 음색과 형태를 시각화한 상징적 공간으로 설계됐다. 거문고는 ‘거인 신의 심장’으로, 아쟁은 ‘거인 신의 치마’로 변주되며 악기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무대 위를 움직인다. 신나경의 무대디자인과 류지연의 아날로그 퍼펫이 더해졌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듯한 판타지와 살아 있는 소리의 감각을 함께 전한다.

'신나락 만나락'은 한 아이가 처음 국악을 만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한 작품으로도 읽힌다. 악기를 설명하는 대신 친구로 만나게 하고, 전통을 가르치는 대신 모험 속에서 체득하게 한다는 점에서 요즘 어린이 공연이 지향하는 감각적인 문법과도 맞닿아 있다. 국악을 어렵지 않게 만든 데만 있지 않다. 제주 신화의 거대한 상상력, 퍼펫이 빚는 따뜻한 질감, 연주자와 배우가 함께 만드는 생생한 현장성, 라이브 국악이 전하는 울림을 한 무대에 포개며 ‘첫 국악 경험’이 얼마나 다정하고도 깊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bolante484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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