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7%대를 넘어서면서 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이른바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환경 변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당분간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고정금리는 연 4.410%에서 최고 7.010% 수준까지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가 7% 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시장금리 급등이다.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 말 3.499%에서 최근 4.119%로 크게 올랐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이후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의 상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9%로 전월보다 상승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부담 증가가 일부 차주의 상환 능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금리 하락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 상승과 물가 압력이 동시에 커지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리 동결을 넘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승훈 KB금융연구소 센터장은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검토할 수 있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더딘 만큼 금리 정책 변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출 규제 환경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음 달부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 산정 방식이 변경되면서, 고액 주담대를 많이 취급한 은행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에는 대출 유형에 따라 출연요율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대출 규모를 기준으로 부담이 산정된다. 이에 따라 4억원 이상의 고액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비용 증가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한 추가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자산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고미정 신한프리미어 PWM센터 팀장은 "금리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부채를 줄이고 이자 부담을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일부 자산을 외화 등으로 분산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가계부채 부담이 소비와 경기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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