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스코, 장소특정적 설치로 '걷고 머무는 공간' 구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알렉산더 칼더의 조각 모빌 '거대한 주름',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미 동상 '엄마'(Maman), 73개의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공으로 이뤄진 아니시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 등 세계적 작가의 대형 조각이 자리해온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가 정원으로 변신한다.
리움미술관은 멕시코 출신 설치 작가 가브리엘 오로스코(64)가 구상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을 야외 데크에 조성해 다음 달 3일 공개한다고 30일 밝혔다.
2004년 개관 이후 처음 시도하는 정원 형태의 커미션 프로젝트다.
리움미술관의 야외 데크는 그동안 세계적 작가들의 대형 조각이 수직으로 설치돼 관람객의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는 기념비적 조형물 공간으로 규정돼 왔다.
하지만 오로스코는 시선을 발밑으로 낮추고, '무엇이 놓이는 전시 공간'이 아닌 '관람객이 걷고 머무르며 시간을 직접 경험하는 수평적 환경'으로 전환했다.
야외 데크에는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리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가 심어져 벗과 함께 머무는 공간으로 구현됐다. 관람객은 돌바닥의 원형 패턴을 따라 걷고, 대나무 숲 사이에서 잠시 쉬며 계절마다 피고 지는 매화를 바라보며 정원이 만들어내는 조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목재로 감싸인 건물 외형과 원형 석재 바닥, 남산으로 이어지는 자연 풍경이 어우러지며 공간이 도시 위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오로스코는 일상의 사물에 최소한의 변형을 가해 새로운 질서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93년 시트로엥 DS 자동차를 세로로 삼등분한 뒤 가운데 조각을 빼고 양쪽의 조각만을 결합한 작품 '라 DS'(La DS)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고정된 작업실 없이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장소성과 우연성을 작업에 반영해왔다.
테이트 모던, 퐁피두 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오피시에와 코망되르를 비롯해 국제 미술계 주요 상을 받으며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로스코가 10여년간 이어온 정원 3부작의 완결편이다.
그는 2016년 영국 사우스 런던 갤러리에 방치된 부지를 교차하는 원형 패턴의 정원으로 바꿨으며, 멕시코시티에서는 차풀테펙 공원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총괄했다. 오로스코는 이 두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서울에서 세 번째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야외 데크는 미술관 개관 시간 동안 무료로 개방된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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