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엔 거장에게 허락부터 구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국제작가협회(IAF) 존 데겐 회장이 AI 기업들의 무단 데이터 크롤링을 ‘세기의 강도 행각’이라 비판하며,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ART’ 원칙 준수를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AI포스트 핵심 요약
- ✅ [기술 초기엔 존재했던 ‘저작권 예의’] 1992년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존 데겐은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원고 스캔 허락을 구했던 일화를 공개. AI 태동기 연구에서도 저작권자의 허락은 기술 개발의 당연한 전제 조건이었음을 강조.
- ✅ [창작 수호의 핵심 ‘ART’ 원칙 제시] AI 산업이 지켜야 할 세 가지 기준인 직접 허가(Authorization), 정당한 보상(Remuneration), 데이터 출처의 투명성(Transparency) 제안. 작가들의 저항은 무지가 아닌, 기술의 속성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윤리적 판단’임을 분명히 함.
- ✅ [문화 주권과 인류 창의성의 위기] AI 기업들이 ‘혁신’을 빌미로 저작권 예외 조항을 도입하는 것을 문화 주권 침해로 규정. 창작자 집단이 무너지면 결국 ‘출판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 자체가 사라지는 문화적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
“세상에, 누가 그런 짓을 하고 싶어 하겠어요?” 1992년, 토론토 대학교의 한 대학원생 조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부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캐나다 대표 작가다.
어휘 분석용 SW 모델 개발을 위해 대학원생은 그녀의 대표작 ‘시녀 이야기’ 원고 전체를 스캔해도 되겠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당시 전화를 걸었던 대학원생은 현재 국제작가협회(IAF) 회장이자 캐나다 작가연맹 CEO인 존 데겐(John Degen)이다.
그는 최근 AI 기업들이 ‘기술을 모르는 작가들의 반동적 태도’라며 저작권 항의를 일축하는 것에 대해, 34년 전 자신의 경험을 꺼내 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AI의 태동기부터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그는 “우리는 기술을 모르는 게 아니라, 인간이 기술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스템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초기 AI 연구, 저작권자의 허락은 ‘상식’이었다”
존 데겐은 세계 최고의 인문학 컴퓨팅 연구소에서 치매 진단 도구로서의 AI 가능성을 연구했던 숙련된 전문가다. 그는 당시 조수로서 수많은 현대 소설 원고를 스캔하고 기계 판독 오류를 수정했지만, 핵심 원칙은 단 하나였다고 회고한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작품을 스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 북스부터 현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이르기까지, 기술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창작자들의 권리를 조직적으로 탈취해 왔다고 지적했다. 데겐 회장은 “우리 중 일부는 실제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며, 작가들의 저항이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가 아닌, 기술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리는 ‘윤리적 판단’임을 분명히 했다.
"'허가(A), 보상(R), 투명성(T)' ART 원칙 지켜야"
데겐 회장은 캐나다와 전 세계 작가들이 지켜내야 할 가치를 ‘ART’라는 약자로 요약했다. ▲산업 사용자가 사용 전 저작권자에게 직접 허가(Authorization)를 받을 것 ▲자발적인 라이선스 시장을 통해 정당한 보상(Remuneration)을 지급할 것 ▲학습 데이터 출처와 모델 작동 방식을 공개하는 투명성(Transparency)을 갖출 것 등이다.
그는 특히 최근 영국에서 1만 명의 작가가 내용이 텅 빈 ‘빈 책’을 출간하며 시위를 벌인 사례를 언급하며, 저작권 보호가 무너지면 결국 출판할 가치가 있는 책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가들은 정부가 AI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저작권 예외 조항을 도입하는 것을 ‘세기의 강도 행각’이자 ‘문화 주권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문화 종사자 집단 자체가 곧 ‘문화 주권’”
최근 AI 기업 앤트로픽과 작가들 사이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역대급 합의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존 데겐처럼 ‘기술과 윤리’의 공존을 믿는 창작자들의 끈질긴 투쟁이 있었다. 데겐 회장은 “주권적 AI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혹은 만들지 말아야 하는지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일궈온 창작자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4년 전, 거장 애트우드에게 전화를 걸어 허락을 구했던 그 ‘당연한 예의’가 실종된 시대. 존 데겐의 고백은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다시금 되묻게 한다. 결국 기술의 종착역은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어야지, 인간의 창의성을 훔쳐 소수에게 부를 몰아주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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