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는 지금 아시아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가느냐, 제자리에 멈춰 서느냐 기로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세계 최정상급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 자리 잡은 송도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 생산의 심장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신약 연구, 즉 바이오 혁신의 씨앗을 싹틔우는 인큐베이터와 성장을 가속하는 액셀러레이터 인프라는 심각하게 결핍돼 있다. 웅장한 생산 공장에 생명을 불어넣을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미싱 링크(Missing Link)’,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아킬레스건이다.
세계 3대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 DNA는 강력한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시스템이다. 세계 1위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 켄달스퀘어에는 랩센트럴(LabCentral)이라는 독특한 인큐베이터가 있다.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배출한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전환하는 이 플랫폼은 2013년 설립 후 206억달러(약 28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7천178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0년대 초 주력 산업이던 물류·금융·관광이 흔들리자 여의도공원의 1.5배(34만㎡)에 달하는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38곳이 입주했다. 바이오 산업은 싱가포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6%를 차지하며 2만여개의 일자리를 일궈냈다. 단 15년 만의 성과다.
미국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는 UC샌디에이고(UCSD)를 중심으로 바이오 관련 연구기관과 기업 등이 밀집한 서부의 대표 바이오 생태계다. 대학이 만든 기업가적 생태계 UCSD는 캠퍼스 내에 ‘CONNECT’라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과 벤처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대학 연구 결과의 특허화·기술 이전·창업 지원을 선순환화했다. 대학이 ‘기업가적 대학’으로 진화하며 지역경제 전체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한 것이다.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가 송도에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바이오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 소프트웨어가 필수라는 점이다. 지금 송도에 시급한 것은 갖춰진 하드웨어에 혁신적 후보물질을 공급할 소프트웨어, 즉 바이오—AI 혁신 인큐베이터다. 특히 주목할 것은 AI 기술의 결합이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의 생산 역량과 AI 기반 혁신 인큐베이터를 결합 ‘아시아형 바이오—AI 클러스터’라는 독자적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오송 K—바이오 스퀘어, 판교 바이오 허브 등 국내 다른 지역들도 이미 인큐베이터 구축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충북도는 이미 랩센트럴 창립자를 초청해 협력을 모색 중 이다. 먼저 판을 짜는 곳이 아시아 바이오 혁신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송도는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이라는 세계 최강의 앵커 기업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AI 인큐베이터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만 끼워 넣으면 보스턴 켄달스퀘어가 수십년에 걸쳐 이룬 것을 송도는 훨씬 빠른 속도로 달성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에 나선 인천시장 후보들은 송도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이미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민선 9기의 주요 정책으로 삼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적인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위해 후보들에게 제안한다. 범정부 차원의 송도 바이오—AI 혁신 인큐베이터(BAIC) 설립이 필수적이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K—바이오 혁신 특구’ 지정도 필요하다.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와 협약을 통해 해외 우수 바이오 스타트업을 유치해야 한다. 인천의 대학을 공식 운영 파트너로 지정해 지역의 바이오 인재 육성에도 나서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아시아 바이오 클러스터 송도’의 골든타임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