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수산물 시장에는 묘한 역설이 있다. 겨울 내내 품귀였던 것들이 가격을 내리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그때 함께 식어버린다. 수요가 몰릴 때가 제철인 줄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 수온은 육지 달력과 다르게 움직인다. 지금 이 시기, 가격은 내려갔는데 맛은 올라온 수산물이 있고, 이달을 넘기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것들도 있다.
◆ 40만 원짜리가 반값…방어는 지금이 오히려 제때다
12월 방어 대란은 매년 반복된다. 원물 기준 kg당 5만 원을 넘기고, 7~8kg짜리 자연산 한 마리가 40만 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3월 지금은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관심이 식었기 때문이다.
맛은 지금이 더 나을 수 있다. 어민들이 '영등철'이라 부르는 2~4월은 수온이 가장 낮은 시기다. 육지는 봄이어도 바닷속은 한겨울이나 다름없고, 수온이 낮을수록 생선 몸속 지방은 최고치를 찍는다. 11월이나 12월에 자연산 방어를 먹었다가 기대보다 덜했다면, 기름기가 아직 덜 오른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금 순살 1kg 기준 5만 원대 중반에서 구할 수 있다.
민어도 같은 얘기다. 초복·중복이 몰리는 7월이 가장 유명하지만, 제주 근해와 먼바다에서 월동 중인 민어도 지금 기름기가 꽤 붙어 있다. 가격은 방어보다 높지만 민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비수기인 지금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 참돔·감성돔·우럭…자연산 횟감이 가장 오른 시기
참돔은 5~6월 산란을 앞두고 지금 살이 가장 올라와 있다. 차지고 탱탱한 살에 기름기까지 붙은 상태로, 2월부터 4월 사이가 맛의 정점이다. 감성돔도 마찬가지다. 우럭은 전남 해남·완도·목포산과 충남 삼길포·태안·서산 일대 자연산이 지금 한창이고, 광어·삼치·볼락도 4월까지 횟감으로 충분하다.
봄이 오면 도다리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시중에 봄도다리 새꼬시로 팔리는 것은 대부분 양식 강도다리지만, 남해안에서 예부터 참도다리라 불러온 원조는 문치가자미다. 삼천포·통영·거제·부산 등 경남 일대 자연산 해장집에서 주로 소진되고 서울까지 올라오는 물량은 많지 않다. 동해안에서 미주굴이라 부르는 기름가자미는 기름기와 감칠맛이 풍부하면서 가격이 저렴해 회무침이나 새꼬시로 활용하기 좋다.
◆ 봄 조개, 지금 시장에 보이는 건 거의 다 제철이다
3월부터 5월까지는 시장에서 파는 조개류 대부분이 제철이다. 바지락은 지금 살이 가장 단단하게 올라와 있고, 홍합은 봄으로 갈수록 암컷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소함이 진해진다. 껍데기째 끓인 홍합탕은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고, 술 마신 다음 날 속풀이로도 그만이다.
북방대합은 국산과 러시아·캐나다산이 활조개로 들어온다. 개조개는 양념 구이에 소주 한 잔 곁들이기 딱 맞다. 태안·안면도·서산 일대 서해 시장에서는 홍조개와 참조개가 함께 팔리는데, 바지락과 같은 방식으로 쓰면 된다. 충남 서해안에서 나는 살조개는 불에 구워도, 국으로 끓여도 맛있다. 삼겹살·콩나물과 함께 구워 먹는 갈미조개 삼마이도 이 시기 별미다.
◆ 멍게·한치·갯가재, 봄 별미도 시작됐다
봄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향이 깊어지는 것들이 있다. 멍게가 대표적으로, 지금부터 특유의 향이 본격적으로 올라온다. 미더덕과 오만둥이도 채집 철에 접어들었다. 동해 주문진부터 포항까지 항구에는 화살꼴뚜기, 현지에서 한치라 부르는 오징어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갑오징어도 잡히기 시작한다. 서해안에서는 갯가재와 쏙이 살아서 나오기 시작한다. 시장 상인들이 각각 탁게, 뻥게라 부른다. 갯가재는 간장게장이나 찜·탕으로, 쏙은 탕·찜·튀김 모두 가능하다. 전복·해삼·개불·피문어, 부채새우·딱새우, 참가리비·홍가리비, 굴, 꼬막도 이달 안에 챙길 수산물이다.
◆ 봄이 오면 사라지는 것들…지금 못 먹으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겨울 생선은 봄이 오는 속도만큼 빠르게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물매기는 그 대표다. 뽀얀 국물이 나오는 물매기탕은 살이 흐물흐물하게 풀어지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인데, 수온이 올라가면 바로 깊은 바다로 내려가버린다. 3월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동해에서 물곰탕 재료로 쓰는 미거지, 도치알로 유명한 도치도 마찬가지다. 아귀와 대구도 생물로 구할 수 있는 시기가 4월 초면 끝난다. 아귀찜이나 대구탕을 냉동이 아닌 생물로 먹어본 적 없다면, 지금이 그 기회다. 가숭어도 3월이 지나면 자취를 감춘다. 봄나물과 함께 올리는 숭어회, 숭어 맑은탕은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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