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영토가 피부를 넘어 두피와 모발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국 아이돌과 배우들의 윤기 나는 머릿결이 글로벌 뷰티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이 ‘K-헤어케어’를 앞세워 북미 주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전날 세포라 북미 온라인몰에 공식 입점했고, 오는 8월에는 미국 전역 400여개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설 예정이다. 세포라는 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으로, 제품의 효능은 물론 브랜드 평판까지 엄격하게 검증해 입점 문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꼽힌다. 닥터그루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코스트코 북미 600여개 매장에 입점하며 존재감을 키웠고, 샴푸에 이어 컨디셔너 제품까지 판매를 확대했다. 이에 힘입어 닥터그루트의 2025년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 역시 자사 대표 헤어 브랜드 케라시스를 앞세워 북미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케라시스는 이달 2일 미국 최대 유통 채널인 월마트에 입점했다. 케라시스는 미국 35개 주에 위치한 월마트 오프라인 매장 390여곳과 온라인몰에 ‘프로폴리스 헤어본딩 라인’ 3종을 동시 입점했다. 탈색과 열기구 사용으로 손상된 모발 복구 기능을 강조한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 특성을 겨냥한 전략이다. 애경산업은 케라시스의 미국 내 유통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영업·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의 성과 배경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남미 지역은 곱슬머리 비중이 높고 고데기 등 열기구 사용이 잦아 모발 손상이 심한 편이다. 이에 손상모 복구와 영양 공급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동남아와 중화권 시장에서는 두피 관리와 탈모 예방 기능이 강조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려’와 두리화장품의 ‘댕기머리’ 등 한방 성분 샴푸는 아시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전 세계 헤어케어 시장 규모를 작년 약 1139억 달러(약 172조원)로 추산했다. 올해는 1220억 달러(약 185조원), 2034년에는 2169억 달러(약 32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이 업체는 전망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국내 두발용 제품 수출액은 2023년 3억5822만 달러(약 5410억원), 2024년 4억1308만 달러(약 6230억원), 2025년 4억7817만 달러(약 7220억원)로 매년 증가세다.
업계 관계자는 “스킨케어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K-뷰티 기업들이 헤어케어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K-헤어케어가 스킨케어에 이어 K-뷰티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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