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출산하자 마주한 장벽"…조리원 수백만원 시대, 공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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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출산하자 마주한 장벽"…조리원 수백만원 시대, 공공은 어디에

뉴스락 2026-03-29 08:52: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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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출산율이 바닥을 치고 있던 가운데, 지난 2024년 반등한 이후 올해 1월 월별 합계출산율 0.99명으로 2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저출산은 벗어나지 못했다. 아이 한 명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시대인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아이가 귀해지면서 아이와 산모를 향한 지출은 오히려 가파르게 치솟는 중이다. 

특히 출산 직후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산후조리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고급화되고 있다. 

호텔식 시설과 전문 인력을 내세운 '프리미엄' 조리원들이 줄을 잇고, 산모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비용을 감수하며 이곳으로 몰린다.

문제는 민간 시장이 화려해지는 동안 공공의 역할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은 극히 제한적이고, 그 빈자리를 비싼 사설 조리원들이 채우고 있다.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제대로 된 산후조리조차 받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정부는 저출생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낳은 직후 마주하는 이 '가격 장벽'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스락>은 공공산후조리원의 실태와 비대해진 조리원 시장의 이면을 짚어보고, 미래의 산후조리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봤다.

AI 생성 이미지. [뉴스락]
AI 생성 이미지. [뉴스락]

 

공공은 5%뿐…예약 전쟁 벌어지는 산후조리원 시장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과 사설 산후조리원 비용 변화 추이. 출처 : 보건복지부 [뉴스락 편집]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과 사설 산후조리원 비용 변화 추이. 출처 : 보건복지부 [뉴스락 편집]

시대의 변화와 함께 출산 직후 산모의 회복과 신생아의 건강을 책임지는 산후조리원 시장은 나날이 확장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 이면에는 공공 산후조리원의 심각한 부재와 사설 조리원의 고공행진 하는 비용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다수 산모에게 산후조리는 이미 필수적인 과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 인프라는 시장의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5년 12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산후조리원은 총 473개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고작 25개에 불과했다. 전체 산후조리원 수와 대비해보면 공공의 비중은 단 5%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선택지가 좁다 보니 산모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조리원에 입소하기 위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이른바 '공공조리원 티켓팅'이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성행하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조리원을 제외한 전국 사설 산후조리원의 2주간 이용 비용은 일반실 기준으로도 평균 380만원을 웃돌고 있으며 특실을 이용할 경우에는 평균 54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만 한다. 

반면 공공조리원의 2주 이용료는 평균 170만 원대로, 사설 조리원 비용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산모들이 그토록 공공조리원에 열광하며 예약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치로 증명되는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사설 산후조리원의 비용이 멈추지 않고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락>이 보건복지부의 최근 4개년 산후조리원 현황 자료를 전수 취합해 분석한 결과, 사설 조리원의 2주간 평균 이용 금액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22년 312만원 ▴지난 2023년 335만원 ▴지난 2024년 362만원 ▴지난 2025년 384만원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만에 출산 가정들이 부담해야 할 조리원 이용료가 무려 70만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부족한 공공 산후조리 시스템을 대폭 확충하고 산후조리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책 도입의 시급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공공 산후조리원이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 지역의 경우 산모들의 박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신진미 대전광역시 서구의회 의원은 제29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신 의원은 현재 산모의 85.5%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만큼 보편적 서비스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높은 비용과 부족한 공공 인프라가 출산 가정에 큰 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공공조리원이 전무한 대전의 산후조리 시스템을 언급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적극 검토해야 하며, 현실적으로는 산모와 가족이 빠르게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민관협력형 산후조리원 모델 도입을 병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옵션' 명목의 추가 비용 늪, 지원금 무색게 하는 조리원 시장의 민낯

서울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 맘카페 캡쳐 [뉴스락 편집]
서울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 맘카페 캡쳐 [뉴스락 편집]

산후조리원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은 입소 비용 그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이용료 외에도 시설 내부에서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가 고액의 추가 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산모의 회복을 돕는다는 명목의 산후 마사지부터 모유 수유 교육, 아기용품 세트, 심지어 퇴소 후 거주지 청소 서비스까지 입소 후에 제안받는 선택 항목들을 하나둘 더하다 보면 순식간에 수백만 원의 추가 지불액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가 산모의 자율적 선택을 넘어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조리원에서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마사지 코스나 신생아 성장 앨범 제작 등을 사실상 강매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본인들의 실적을 위해 수십, 수백만원 단위의 마사지 패키지를 강요한다", "무료 촬영이라고 해놓고 고가의 앨범 제작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거절하기 민망했다" 등 조리원의 상술을 토로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산후조리 시장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하거나 관리할 정부의 규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출산 가정에 200만 원 상당의 '첫만남 이용권'을 지급하고 산후조리원 결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긴 했으나, 갈수록 치솟는 조리원 비용과 부대 비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지원금이 입금되기도 전에 조리원 가격이 먼저 오르는 '풍선 효과'마저 나타나고 있어 정책의 실효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지자체별 편차 역시 산모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울과 부산은 100만원, 인천은 150만원, 경기도는 50만원 등 지역마다 지급하는 산후조리 지원금이 제각각이며, 재정 여건이 열악한 소규모 지자체는 아예 지원금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엇보다 대전, 세종, 부산 등 주요 대도시조차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산모들은 선택권 없이 비싼 사설 조리원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마케팅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한다.

결국 출산율 반등이 절실한 인구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기본적인 공공 인프라는 여전히 부실한 실정이다.

실제로 출산 직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들 사이에서도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체감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사설 조리원을 이용했던 A씨는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2주간 580만 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했다"며 "당시에는 공공산후조리원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조리원 서비스가 큰 도움은 됐지만, 둘째를 낳는다면 그 비용으로 산후도우미 따로 고용하거나 출장 마사지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공공조리원 정보를 산모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저렴한 공공 인프라를 확대한다면 출산 가정에 실질적인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설은 '선택'으로 공공은 '필요'로 움직여야 할 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도자료의 일부분. 보도자료 캡쳐 [뉴스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도자료의 일부분. 보도자료 캡쳐 [뉴스락]

출산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국가적 복지와 직결된 사안이다.

하지만 현재 공공 인프라의 확충 속도와 관련 정책은 비대해진 사설 시장의 변화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단편적인 지원을 넘어 산후조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현금성 보조금이나 바우처 제공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출산 직후 산모와 신생아가 체감할 수 있는 공공 산후조리원을 비롯한 실질적인 공공 복지 인프라가 근본적으로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구조적 모순은 명확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산후 지원책이 사설 산후조리원의 가파른 비용 상승분에 그대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이 늘어나는 만큼 조리원 이용료가 함께 오르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출산 가정은 경제적 부담을 덜기는커녕 사설 조리원의 불투명한 옵션 강매나 불공정 거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월 합계출산율 0.99명으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완만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책으로는 지속적인 출산율 상승을 견인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인구 절벽과 고령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구호가 현실성을 얻으려면 산후 돌봄의 영역을 전적으로 사설 시장에만 맡겨둔 지금의 방임적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공공 산후조리원의 전국적 확대를 통해 시장의 적정 가격선을 형성하고 사설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감시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산후조리가 더 이상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국가가 출산의 마지막 관문까지 책임지는 진정한 의미의 '산후 돌봄 국가 책임제' 도입이 시급한 때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김정석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정석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정석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높아지는 산후조리 비용, 부족한 공공인프라 해결 위해선 민간업체 뛰어넘는 지원책 필요

김정석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산후조리 시장의 혼란이 단순히 민간 업체가 많아서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공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본래 이윤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인데 필수적인 산후 돌봄 영역까지 전적으로 민간에 내맡겨진 구조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공공은 민간과 가격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표준적이고 안전한 서비스를 충분한 규모로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공급의 질과 양을 동시에 잡는 공공 인프라 확충이 개혁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쏟아내는 현금성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실효성 측면에 있어 의문을 제기했다.

현금 지원은 당장 출산 가정에게 체감 효과는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수급 구조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처럼 공공 조리원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정부 지원금이 고스란히 민간 조리원의 가격 상승분으로 흡수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비용 보전을 넘어 '기본 서비스 보장'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원금이 시장의 가격 거품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표준 가이드라인과 연계된 정교한 바우처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간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옵션 강매'와 '불투명한 비용 구조'를 바로잡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사설 서비스의 가격을 국가가 일일이 통제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정보 투명성을 높이는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격과 서비스 구성을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공시하고 기본 서비스와 선택 옵션을 엄격히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산모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강요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산후조리 혜택이 갈리는 '복지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시장은 수요를 따라 움직이지만, 공공은 '필요'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가 전국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최소 공급 기준을 설정하고,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는 국비를 투입해서라도 공공 조리원을 갖추게 해야 한다"며 지역 간 차별 없는 보편적 복지 구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결국 저출생 극복을 위한 산후 돌봄 국가 책임의 핵심은 모든 조리원을 공영화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시장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데 있다.

시장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과 차별화의 영역으로 두되 안전하고 표준적인 '기본 돌봄'만큼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아이를 낳으라고 독려하면서 그 직후의 돌봄을 개인의 경제력과 운에 맡겨두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기본은 공공이 책임지고 선택은 시장이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로의 전환이 인구 위기 시대의 필연적인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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