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바닷가 주민들만 알음알음 캐 먹던 이름 없는 잡초에 불과했다. 갯벌과 염전 주변, 소금기 머금은 땅에서 저절로 자라던 이 식물은 오랫동안 변변한 대접조차 받지 못했다.
세발나물 수확 / 해남군 제공, 연합뉴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봄철 밥상에 오르는 별미 나물을 넘어, 일부 지역 농가에선 반년 농사만으로 1억 원 안팎의 수익을 기대하는 고소득 작물로 자리 잡고 있다. 흔한 무명 잡초가 돈 되는 한국 나물로 급부상한 주인공은 바로 ‘세발나물’이다.
세발나물은 정식 명칭으로는 ‘갯개미자리’로 불린다. 줄기가 가늘고 여러 마디로 갈라지며 뻗는 모양이 마치 새의 발처럼 보여 세발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갯벌에서 자란다고 해서 ‘갯나물’이라고도 불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라는 환경이다. 일반적인 봄나물처럼 밭에서 크는 것이 아니라, 간척지나 염전 주변, 해안 가까운 논둑처럼 소금기가 많은 땅에서 자생한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이 나물은 오랫동안 해안 주민들이 계절 음식처럼 즐기던 식재료였지만, 해남을 시작으로 남쪽 해안 간척지 재배가 확대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고급 한식당이나 호텔 식당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이 커졌다.
세발나물 수확하는 해남 아낙네들 / 연합뉴스
세발나물이 밥상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맛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닷가의 염분을 머금고 자라 특유의 은은한 짠맛이 나고, 줄기와 잎에서는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그래서 생채나 샐러드처럼 가볍게 먹어도 좋고, 살짝 데쳐 무치면 씹는 맛이 한층 또렷해진다. 된장 양념과 만나면 구수한 풍미가 깊어지고, 초고추장에 무치면 봄철 입맛을 확 끌어올리는 별미가 된다. 삼겹살이나 닭구이와 곁들여도 잘 어울리고, 된장국이나 해물탕에 넣으면 국물 맛까지 살아난다. 짠맛이 은근히 배어 있어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장점이다. 자극적인 간 없이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어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담백한 식문화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세발나물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농가 소득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작목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해남·무안·신안·진도, 전북 부안 등 일부 간척농지에서는 이미 세발나물 특화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선 겨울철에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다고 해서 아예 ‘꿀작물’로 부를 정도다.
세발나물 / 해남군 제공, 연합뉴스
재배 방식 역시 비교적 효율적이다. 파종 전 밭에 소금을 뿌리거나 재배 중 바닷물을 일부 활용하면 잘 자라고, 비료나 농약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부추처럼 밑동을 베어내면 다시 자라 4~5차례 수확할 수 있고, 추위에도 강해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적은 비용으로 여러 번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농가 입장에선 충분히 매력적인 구조다.
실제 현장 반응도 뜨겁다. 앞서 KBC뉴스에 따르면 해남군 문내면 세발나물 재배지에선 공동 재배 형태로 가구당 1억 원 안팎의 고소득을 올리면서 젊은 귀농 희망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해남세발나물연구회 관계자 역시 전국 각지에서 세발나물 농사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한때는 바닷가에서나 보이던 무명의 잡초가 이제는 봄철 별미이자 농촌의 미래 소득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흔하디흔한 풀 한 포기가 밥상도 바꾸고 농가의 수입 구조도 바꾸는 시대다. 세발나물의 반전은, 결국 한국 식재료의 저력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다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세발나물무침은 먼저 세발나물을 뿌리째 다듬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아주 짧게 데친 다음 곧바로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 준비하면 된다. 세발나물은 원래 짠맛이 은은하게 있어 오래 데치거나 강하게 간하면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맛이 죽기 쉬우므로, 살짝만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양념은 된장이나 간장에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약간의 설탕을 넣어 만들고, 준비한 세발나물을 넣어 가볍게 조물조물 무치면 된다. 취향에 따라 초고추장을 활용해 새콤하게 무쳐도 잘 어울리며, 전체적으로는 다른 나물보다 간을 약하게 하는 편이 세발나물 특유의 짭조름하고 신선한 맛을 살리는 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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