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열왕기하에는 선지자 엘리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벧엘의 거리를 걷던 그를 어린아이들이 발견한다. 이 고약한 아이들은 “대머리야, 꺼져라, 대머리야, 꺼져라”라고 외친다. 엘리사는 이걸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아이들을 “여호와의 이름으로 저주하자 숲속에서 암곰 두 마리가 나와 아이들 42명을 찢어 죽였다.”
만약 당신이 자신의 대머리에 대해 놀리는 못된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당신도 그 순간 빌게 될 테다. ‘주님께서 곰을 좀 보내주실 수 없을까?’ 물론 그건 헛된 망상이고, 곰이 없는 탈모 남성들은 사람들이 내 대머리에 대해 뭐라고 하든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여러 방법을 찾는다.
남성형 대머리라고 더 잘 알려진 유전적 탈모증(Androgenetic Alopecia)은 남성 전체의 80% 정도가 살면서 어느 정도는 겪는다.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모낭을 약화하고 줄어들게 하며, 결국 모발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남성들에게는 정말 흔한 일인데(거의 보편적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게 보면 대머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오히려 놀랍다. 우리는 스탠리 투치 이후의 세상에 살고 있다. 제이슨 스타뎀, 드웨인 존슨, 티에리 앙리도 오래전부터 대머리로 살아오고 있다. 그러나 대머리 인기 스타가 몇 명이나 나오건, 탈모를 해결해 보려는 남자들의 노력은 점점 더 절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건 돈이 되는 장사다. 전 세계적으로 탈모 관련 업계의 규모는 2023년에는 76억 달러 정도였다. 2030년에는 1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자들은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굉장히 두려워한다. 숱이 사라져가는 관자놀이를 볼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자신에 대한 이미지, ‘이렇게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방식이 흐려진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외모, 자신이 이렇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상적 외모가 거울 속의 모습과 달라지는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사회를 장악하며 생긴 신체 이미지에 대한 압력이 이런 충격을 더 강화한다.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탈모에 대한 가장 큰 실망은 내가 아직 이런 모습이 될 나이가 아니라는 느낌에서 옵니다.” 7년째 머리를 밀고 있지만 아직 치료받을 생각은 없는 선덜랜드 거주 33세 남성 샘의 말이다.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건 분명하죠. 문제는 대머리가 제 실제 나이뿐 아니라, 제 스스로 느끼는 저 자신보다도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한다는 거예요.”
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정말 머리가 벗겨지고 있는지, 이제 진짜 끝인 것인지 알고 싶어 하는 평범한 남성들은 자기 머리 사진을 ‘r/tressless’와 ‘r/balding’ 같은 서브레딧에 올리며, 실제로 탈모가 진행 중인 남성들에게 확인받으려 한다. 확인받기 전까지 그들은 아직 대머리가 아니다.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훨씬 넘겨버린 사람도 있고, 아직 머리숱이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비슷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를 예상해 보며,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워한다.
나는 스물아홉 살 때부터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이미 탈모가 임박해 있었다. 벽에 거울이 달린 엘리베이터를 타면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관자놀이 쪽에 숱이 줄고 있었을 뿐 아니라, 휑한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서 상태가 얼마나 안 좋아졌는지 처음 발견한 게 최근이라면, 나는 머리를 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해서 탈모에 대한 싸움이 전면전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부분 가발과 모발 이식의 오명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제 많은 남성에게 탈모약은 그저 보조제와 비슷한 것이고, 탈모는 그저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내 몸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내 몸이 나를 배신하지 않도록 하는 약물 치료에 대한 관심이 새로이 일고 있다. 그리고 탈모 남성들은 집결하고 있다.
“10년 전에 탈모 상담을 하러 온 환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전혀 몰랐던 걸 기억합니다.” 런던 탈모 치료 센터 벨그라비아 클리닉의 모발학자 랄리 보지노바의 말이다. “어디를 가야 할지, 어떻게 시작할지,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아예 몰랐죠. 최근에 제가 상담하는 사람들은 그와는 아주 달라요. 뭘 할 수 있는지 예전보다 다들 잘 알게 되었거든요.”
웨인 루니부터 벤 스톡스까지, 지난 여러 해 동안 모발 이식을 받은 유명인들이 정말 많았다. 그러다 보니 탈모를 겪지 않는 행운아들은 으레 탈모를 겪는 누구나 모발 이식을 하려니 생각한다. 의사들은 대부분 다른 치료부터 받아보라고 권하지만, 모발 이식은 분명 가장 눈에 띄는 탈모 대처법이다. 유명 축구 선수의 이마 라인이 갑자기 의심스러울 정도로 곧다면 알아차리지 않기가 힘들다. 매년 전 세계에서 70만 명 이상의 남성이 모발 이식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비용은 3000파운드에서 6000파운드(한화 약 600만~1200만원) 사이다.
부분 가발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오늘날 영국에서 부분 가발을 착용하는 남성은 2021년 대비 30% 늘었다고 한다. 시대에 맞춰 달라진 부분도 있다. 그들은 부분 가발(toupee)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헤어 시스템’을 ‘인스톨한다’고 말한다. 가발이 아니라 마치 선반 같은 장비를 설치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눈에 잘 띄고 개입이 높은 선택지도 있지만, 보지노바의 클리닉 같은 곳에서 하는 치료 대부분은 두 약물이 뒷받침한다. 더욱 놀라운 건 둘 다 출시된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원래 고혈압 치료제였던 미녹시딜은 1970년대에 최초로 탈모 치료 시험이 이루어졌다. 주요 라이벌인 피나스테리드는 1984년에 특허받았다. 그 뒤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의약품 허가 기관은 다른 탈모 치료제는 한 번도 승인한 적이 없다.
미녹시딜(일명 ‘민min’)은 혈관을 확장해 남아 있는 모낭에 더 많은 영양을 공급한다. 모낭은 더 튼튼해지고 피부 더 깊숙한 곳에서부터 자라게 된다. 그 결과 잘 빠지지 않는 굵은 머리가 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활동 중인 모낭에만 적용된다. 치료 적기를 놓쳐서, 그러니까 모낭이 충분치 않아서 미녹시딜을 사용해도 별로 달라진 걸 느끼지 못하겠다면? 불운하도다, 나의 벗이여.
클리닉 같은 곳에서 하는 탈모 치료 대부분은 두 약물이 뒷받침한다. 놀라운 건 둘 다 출시된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피나스테리드(일명 ‘핀fin’)는 신체 내에서 DHT로 전환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DHT는 태아와 사춘기 때 남성 신체에서 많은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지만, 나중에는 안타깝게도 남성형 대머리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다. 피나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 자체는 여전히 존재하도록 하지만, 당신의 소중한 머리카락을 공격하는 DHT로 변하지 않게 막는 것이다.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약을 먹기가 망설여질 수 있다. 두 약품 모두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녹시딜은 드물지만 가슴 두근거림과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피나스테리드는 우울증, 자살성 사고, 성욕 상실을 일으키는 경우가 소수 있다고 한다(그러나 남성들은 이런 부작용들을 부끄럽게 느끼고, 전반적으로 병원에 가기를 꺼리기 때문에 이 수치가 실제보다 낮게 보고된 것일 거라는 주장도 있다).
젊음과 매력을 유지하려고 약을 먹었는데, 남아 있는 젊음과 매력을 가지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그 약 때문에 잃어버릴 수 있다니. 암울한 아이러니다. 2024년 4월 영국 정부는 보도자료를 내서 탈모 약품을 복용하는 남성들에게 ‘잠재적 정신질환(정신 건강)과 성적 부작용’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환자의 친구와 가족들도 유의해서 지켜볼 수 있도록 약품 상자에 가능한 한 부작용을 자세히 적은 카드를 넣겠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약국에서 피나스테리드를 주문해서 의료 전문가의 감독 없이 복용하면 심각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온라인 약국에서 산 피나스테리드를 6주 동안 복용한 남성은 BBC에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 그냥 회색 같았어요. 약이 내 감정을 거세했어요.”
영국 사우스웨일스 포트 탤벗에 사는 이완(34)은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를 1년 반 동안 사용해 왔다. 체육관 탈의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머리가 가늘어지고 있음을 깨달은 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두 약에 매달 30파운드(약 6만원) 정도를 쓴다. 매일 아침 비타민제와 함께 경구 복용한다(액체 형태도 있으며, 액체 제품은 해당 부위에 바르는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결과가 아주 만족스럽다고 한다.
“오해하지 마세요. 20대 때처럼 풍성해졌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더 가늘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거죠.” 탈모가 일찍 찾아왔고, 두 약을 알약 형태로 먹는 게 편하다고 한다. “저는 약 때문에 동일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죠. 제가 젊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제가 늙은이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거든요.”
좀 더 불행한 상황에서 약을 먹게 된 남성들도 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눠본 한 26세 남성은 대학 시절 같은 수업을 듣던 한 여학생과 말다툼을 했다고 한다. 점점 대화가 격해졌고, 그녀는 “이 대머리 개자식아”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제야 살펴보니, 확실히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며 그를 떠나고 있었다. 그는 18세부터 탈모 부위에 바르는 미녹시딜을 쓰다가 최근 피나스테리드로 바꿨다.
팬데믹 기간에 그는 머리를 밀었다. 기분이 좋았다. 탈모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되니 정말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다시 치료를 시도해 보라고 설득했다. 최근 그는 자가혈청주사를 맞았다. 본인의 혈액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려 여러 층으로 분리한 후, 추출한 혈장을 두피에 주사해 모발 재성장을 촉진하는 처방이다. “머리가 있으면 사람들이 좀 더 잘 받아주는 부분이 있어요. 스무 살인데 친구 중 나 혼자만 대머리면 아무래도 함께 어울리기가 힘들죠.”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해리 제임스는 25세 때 머리를 밀었다. 자기가 만든 티셔츠를 광고하는 영상을 찍다가 그는 바닥에 뭔가를 떨어뜨렸다. 폰으로 그 영상을 다시 보니, 물건을 주우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 정수리 부분의 숱이 너무 적었다. “줌인을 해봤어요.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죠. 어떡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1년 동안 그는 탈모를 애써 무시하려 했다. 어느 날 거리에서 한 여성이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걸 눈치챘다. “저는 그녀를 흘낏 보았다가 문자 그대로 즉시 시선을 돌렸어요. 마치 ‘아, 날 보지 마.’ 하는 것처럼요. 스스로 인지하기도 전에 벌인 행동이었죠. 그리고 스스로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행동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자리에 우뚝 섰어요. ‘내가 어떻게 된 거지? 이게 무슨 일이지?’”
마침내 그는 용기를 내서 삭발했고, 자유를 느꼈다. 마치 애 엄마들이 임산부에게 조언해 주듯, 이제 그는 다른 남성들도 이런 자유를 누리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머리를 밀고 대머리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게 걱정스럽다면, 해리가 도와줄 수 있다.
“상상해 봐요. 당신이 머리 위의 삭발한 두피를 만져보며 씩 웃는 거예요. 안도의 한숨도 나오겠죠. 이제 탈모도, 가릴 일도, 숨을 일도 없는 거예요. 당신이 해냈어요. 그게 정말로 탈모를 이겨낸 거죠.” 그가 자신의 웹사이트 baldcafe.com에 올린 글이다. 이 사이트에 36파운드를 내면 e북 세 권, 맞춤형 영상 코스, 해리 본인과의 일대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 모든 솔루션에는 ‘매트릭스를 부숴버려’라는 분위기가 슬쩍 깔려 있다. “만약 당신이 모자의 노예가 되었다면, 모자를 그만 쓰는 법도 배우게 될 겁니다.”
해리는 머리를 밀고 콧수염을 풍성하게 길렀지만, 모자 반대 주장문에서 암시하는 만큼 강한 존재감을 발산하지는 않는다. 그는 한 번에 10~20명 정도의 남성을 코치하는데, 대부분이 탈모를 편안히 받아들이는 법을 서서히 배우는 중이거나 혹은 최악의 고비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남성은 몰래 헤어 파이버 스프레이를 쓰고 있었다. 탈모 부위에 뿌리면 머리카락 같은 섬유질이 기존 모발에 달라붙어 숱이 많아 보이도록 하는 제품이다. 그는 여자 친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한밤에 몰래 섬유를 씻어냈고, 해수욕하러 가자는 친구들의 제안에는 번번이 핑계를 대고 빠졌으며, 헬멧을 쓰면 섬유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오토바이 타는 것도 그만두었다. 또 한 남성은 아내에게 체육관에 간다, 회사에서 야근한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고 2주마다 한 번씩 런던에 가서 탈모 치료를 받았다. 그가 사는 곳에서 2시간이나 가야 하는 곳이었다. “탈모의 공포에 만성적으로 얼어붙어 있었던 거예요.” 해리의 말이다.
깊은 대화를 나눈 후, 두 남성 모두 결심하고 머리를 밀었다. 탈모인들은 보통 젊음이 쇠퇴함을 느끼는 것과 탈모에 전전긍긍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사이에 갇혀 있다. 해리는 그 기분에 도전하고 싶다. “사람들은 이러한 불안감이 남성들을 얼마나 강력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 과소평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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