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강남권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가격이 20억원에 근접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대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과거 강남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격대가 이제 강북 주요 재개발 지역까지 확산되며 주택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일대에서 분양을 앞둔 재개발 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6억원대 후반에서 17억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 시스템에어컨 등 필수 옵션 비용과 취득세를 더하면 실제 필요 자금은 19억원대 후반까지 올라 사실상 2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강북권에서 이 같은 가격대가 형성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2022년 같은 지역에서 공급된 단지는 9억~10억원 수준에 분양됐지만 이후 시장 반등과 함께 시세가 빠르게 오르면서 현재는 동일 면적 기준 16억원을 넘어서는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강북도 ‘국평 20억’…분양가 급등 현실화
약 4년 만에 6억~7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과거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기준 가격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서울 강서구와 영등포구 등 주요 비강남권에서 공급된 신규 아파트 역시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7억~18억원대를 형성하며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옵션과 세금을 포함하면 실질 부담은 20억원에 근접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미 ‘강북 20억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양가 상승의 배경으로는 급등한 공사비가 가장 먼저 꼽힌다. 철근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인건비 인상, 고유가 영향이 겹치며 건설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사업비 전반이 확대됐고, 이는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건축비 상승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특성이 있어 과거 비용 상승분이 최근 분양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주택 가격 상승 역시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시세가 16억~18억원대를 형성하면서 신규 분양가 역시 이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분양가가 시세를 선도하기보다 오히려 따라가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공급된 단지들은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과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기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분양가가 낮아지는 사례는 거의 없고, 상승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가 주택일수록 현금 동원력이 중요한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한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반면 일반 실수요자들은 중소형이나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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