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비트코인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7만달러 선을 내주며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으면서 시장에선 ‘저점 매수 기회’라는 낙관론과 ‘4만 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28일 가상자산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기준 비트코인(BTC)은 6만698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12만6000달러)와 비교하면 약 47% 급락한 수치이다.
하락세의 도화선이 된 건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도로 강해졌고 비트코인은 한때 6만3000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투기 성향이 강한 단기 보유자들의 투매가 이어지며 공포지수는 '극단적 공포' 구간인 12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틀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약 6억8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ETF 자금 유입이 이어진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기관과 장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여전히 유망한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17만 달러 vs 5만 달러 후퇴'···엇갈리는 전망
향후 전망을 두고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도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낙관론의 선두에 선 JP모건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건 전략가는 "금과의 비교 지표를 근거로 향후 12개월 안에 비트코인이 17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번스타인 역시 구조적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올해 목표가를 15만~20만 달러로 제시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목표가를 10만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도 "최근 하락은 비정상적 붕괴가 아닌 정상적인 조정 국면"이라며 상승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인 크립토퀀트는 데이터상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5만6000달러 선까지 후퇴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이크 맥글론 수석 전략가 역시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5만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일부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과거 4년 주기 사이클을 근거로 '4만달러 저점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 '클래리티 법안'이 시장 향방 가를 분수령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으로 불리는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의 통과 여부를 꼽는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의 성격을 증권과 상품으로 명확히 구분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기금 등 ‘큰손’들의 진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최근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제한 문제를 놓고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규제 당국이 정면 충돌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신중한 시각을 유지했다. 바클레이즈 관계자는 “거래량 감소와 개인 투자자 이탈이 뚜렷한 상황에서 확실한 촉매제가 없다면 올해 가상자산 시장에 힘겨운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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