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남은 잼이나 장아찌, 피클이 담겨 있던 유리병은 분리배출함으로 보내기엔 모양도 예쁘고 내구성도 좋아 그냥 버리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깨끗하게 씻어서 양념통으로 쓰거나 집에서 직접 만든 청을 담아두기에 유리병만큼 좋은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기에 깨끗하다고 해서 주방 세제로만 닦고 바로 음식을 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잔여물이 병 속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보관 중인 음식에 곰팡이가 피거나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리병을 다시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뜨거운 물로 소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순히 뜨거운 물을 붓는 수준이 아니라 병 전체를 제대로 살균해야 보관 기간을 늘리고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유리병 소독을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할 일은 외부에 붙은 라벨 스티커를 제거하는 일이다. 끈적거리는 접착제가 남은 상태로 열탕 소독을 하면, 접착 성분이 냄비에 눌어붙거나 병 표면이 지저분해진다. 만약 스티커가 한 번에 잘 떨어지지 않는다면, 억지로 떼어내려 하지 말고 미지근한 물에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푹 담가 놔야 한다. 물에 불린 후 살살 밀어내면, 종이와 접착제가 부드럽게 분리된다.
유리병 파손 없이 안전하게 소독하는 방법
스티커를 떼어낸 유리병은 주방 세제로 안팎을 깨끗하게 설거지해서 준비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불을 사용할 차례인데, 여기서 많은 사람이 실수를 범한다. 바로 물이 펄펄 끓을 때 유리병을 집어넣는 것이다. 차가운 상태의 유리가 갑자기 뜨거운 물과 닿으면,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냄비에 물을 받을 때부터 유리병을 함께 넣고 시작해야 한다. 냄비는 유리병이 충분히 들어갈 만큼 널찍한 것을 선택하고, 물은 유리병 입구가 살짝 잠길 정도로만 받아도 충분하다. 유리병의 입구가 아래를 향하도록 뒤집어서 냄비 바닥에 세운 뒤 가스레인지 불을 켠다. 물이 서서히 데워지면서 유리병의 온도도 물과 함께 천천히 올라가면, 파손 걱정 없이 안전하게 소독할 수 있다. 처음에는 중간 세기의 불로 시작해서 물이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불의 세기를 약하게 줄인다. 너무 강한 불로 계속 끓이면, 병이 덜컹거리며 서로 부딪힐 수 있다. 약불로 줄인 상태에서 약 5분 정도 더 끓여주면, 병 안쪽에 하얀 김이 서리고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물방울들이 병 내부 구석구석을 타고 흐르며 뜨거운 증기로 살균을 진행하는 원리다. 병 안쪽 전체에 수증기가 가득 찼다면, 충분히 소독이 됐다는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
수건 대신 세워서 말려야 세균 번식 없어
소독을 마친 유리병을 꺼낼 때는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 고무장갑을 끼거나 집게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병을 들어 올린 뒤 다시 똑바로 세워 놓는다. 이때 많은 이들이 물기를 빨리 없애려고 수건이나 키친타월로 병 안쪽을 닦기도 하는데, 이는 그동안의 소독 과정을 헛수고로 만드는 행동이다. 깨끗해 보이는 수건이라도 미세한 먼지나 보이지 않는 세균이 묻어 있을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스스로 마르게 두는 자연 건조다. 뜨겁게 달궈진 유리는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키기 때문에 똑바로 세워두기만 해도 금방 물기가 사라진다. 병 입구를 아래로 향하게 두면, 오히려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건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입구가 위를 향하도록 세워서 말려야 한다. 병 본체를 말리는 동안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유리병의 뚜껑이다.
유리병 뚜껑은 본체와 달리 보통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리병처럼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면, 변형되거나 코팅이 벗겨질 수 있다. 유리병을 냄비에서 모두 꺼낸 직후 남은 뜨거운 물에 뚜껑을 잠시 담갔다가 빼는 정도로도 충분한 소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뚜껑 역시 물기를 털어낸 뒤, 안쪽까지 완전히 마를 때까지 자연 건조한다.
완벽하게 건조된 유리병은 이제 어떤 음식을 담아도 안심할 수 있는 위생적인 상태다. 특히 장아찌, 수제 잼, 청처럼 오랫동안 보관해야 하는 음식은 작은 오염에도 쉽게 상할 수 있는데, 열탕 소독한 병에 담으면 신선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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