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연방준비제도)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우려가 커지자 채권이 대거 팔리며 미 국채 금리가 8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7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 한때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올릴 확률을 52%로 반영했다. 2026년 들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 그동안 시장은 인하·동결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다가, 고유가와 물가 재가열 우려가 커지면서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매도세가 거세지며 수익률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4.48%를 웃돌아 작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물 수익률도 4.02%로 4%선을 상회, 역시 작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연준의 긴축 강화 가능성이 부각될 때마다 단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튀어오르는 전형적인 패턴이 재현된 셈이다.
유가 급등이 물가와 금리 기대를 자극한 직접적인 배경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대로 다시 올라서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이란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지자 채권 투자자들이 물가 위험을 반영해 국채를 팔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란 발전소에 대한 공격 시한을 4월 6일까지 열흘 더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이란이 국제 원유·가스의 핵심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에너지 공급 충격 우려가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신의의 표시’로 유조선 10척을 통과시켰다며 “합의가 성사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선주 선박 3척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회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봉쇄 해소에 대한 낙관론은 빠르게 후퇴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적(미국·이스라엘)의 동맹국 항구를 입·출항하는 모든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 해군의 경고로 컨테이너선 3척이 실제로 회항했다고도 밝혔다. 이들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 ‘중국 선주와 선원’이라는 신호를 띄우고 있었지만 통항이 거부됐다.
3척 가운데 2척은 홍콩 선적으로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가 용선한 컨테이너선이며,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항구에 기항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척은 마셜제도 선적의 벌크선으로, 중국 자본 회사가 용선한 선박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중국 선박까지 제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겹치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재확산을 막기 위해 오히려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 국채 금리의 변동성과 금융시장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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