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카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장벽은 따로 있다. 바로, 자동차와 항공기라는 두 세계의 규제를 동시에 통과하는 일이다.
이 까다로운 영역에서 PAL-V가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최근 PAL-V는 네덜란드 차량 인증 기관 RDW로부터 ‘초기 평가(Initial Assessment)’를 획득했다. 이로써 PAL-V는 공식적인 자동차 제조사로 인정받았다. 단순한 타이틀처럼 보이지만, 유럽 기준에 맞는 도로 주행 차량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한 것이다.
이 인증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PAL-V가 개발 중인 ‘플라이드라이브(FlyDrive)’ 플랫폼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말 그대로 자동차와 항공기를 하나로 묶는 개념이다. 도로를 달리다가 필요할 때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던 ‘플라잉카’의 핵심 구조다. 이번 인증은 그 개념을 실제 양산으로 연결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PAL-V의 대표 모델 ‘리버티(Liberty)’는 그 중심에 있다. 2인승의 이 모델은 도로에서는 자동차처럼 주행하고, 비행 모드에서는 항공기처럼 하늘을 난다. 두 모드 전환 역시 복잡하지 않게 설계됐다.
성능도 현실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 도로에서는 약 1,3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고, 비행 시에는 시속 약 160km로 순항하며, 최대 3,300m 상공까지 상승한다. 단순한 콘셉트를 넘어, 실제 이동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로터다. 비행 시에는 충분한 양력을 만들어야 하고, 주행 시는 접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PAL-V는 네덜란드 항공우주연구센터(NLR)와 협력해 이 문제를 개선했고, 현재는 효율을 약 20% 끌어올린 상태다.
시장 반응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2024년에는 두바이 기반 기업 아비테라가 100대 이상의 리버티를 사전 주문하며 상업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개인 소비자뿐 아니라, 특수 운송이나 산업용 수요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중동 지역에 계획됐던 체험 센터는 최근의 전쟁 변수로 보류됐고, 현재 PAL-V는 유럽 내 ‘이중 인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와 항공기, 두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시장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하늘을 나는 기술은 준비됐다. 남은 것은 그 기술을 ‘합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PAL-V는 지금, 그 가장 현실적인 단계에 들어와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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