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견디고 삶을 나누다, '세잔' 창립자 모르간 세잘로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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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견디고 삶을 나누다, '세잔' 창립자 모르간 세잘로리 인터뷰

마리끌레르 2026-03-27 17:51:26 신고

모르간 세잘로리(Morgané Sezalory)가 만든 ‘세잔(Sézane)’은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선다. 여성들의 일상과 스타일, 그리고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곳. 세잔의 세계는 그렇게 삶 속에서 완성된다.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르간 세잘로리

“세잔을 통해 제가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여성들이 자신감 있고 편안하게,
그리고 자신답게 느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옷이 일상의 순간들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르간 세잘로리
세잔의 아틀리에

세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창립할 때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나요? 세잔은 2013년 파리에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원은 그보다 조금 더 이전, 제가 빈티지 의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저는 여러 삶을 거친 옷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원단, 섬세한 구조, 그 옷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디테일까지요. 세잔 컬렉션을 구상하면서 저는 그 감각을 현대적 옷장에 옮겨오고 싶었습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고, 개성을 지닌 옷들 말이에요. 처음부터 여성들이 오래 간직하며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고, 그와 동시에 브랜드와 커뮤니티가 가까이 호흡하는 관계를 맺고 싶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해온 경험이 영향을 준 순간이 있었나요? 아주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잔은 제 주변 여성들의 실제 삶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친구들, 가족, 팀원, 그리고 커뮤니티에 속한 여성들까지요. 여성들은 하루 동안 여러 역할을 오가며 살아갑니다. 저는 디자인할 때 늘 그 점을 염두에 둡니다. 옷은 아름다워야 하지만 동시에 실용적이어야 합니다. 출근할 때도, 저녁 식사 자리에 갈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어야 하죠. 어쩌면 세잔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해온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패션 산업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적 구조를 유지했습니다. 여성 CEO로서 이 산업에서 어떤 변화나 가능성을 느꼈나요? 요즘 제가 가장 고무적으로 느끼는 변화는 이전보다 더 많은 여성이 패션 산업을 내부에서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창의적 영역뿐만 아니라 창업가이자 리더로서 말이죠. 많은 브랜드가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투명성, 그리고 장기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각입니다. 세잔 역시 대부분 여성으로 이루어진 팀과 함께 일합니다. 그 덕분에 협력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에서 발현되고 발전되는 창의성이 브랜드의 중요한 힘이 됩니다.

오늘날 많은 젊은 여성이 패션 산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항상 호기심을 잃지 말고 자신의 직관을 믿으며 대담하게 나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성공의 경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갔죠. 빈티지 의류, 아름다운 물건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주변의 작은 디테일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면 영감은 어디에서든 발견할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시선을 담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거라 말해주고 싶어요.

세잔을 설명할 때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세잔에게 커뮤니티는 어떤 의미인가요? 세잔의 커뮤니티는 처음부터 브랜드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세잔을 발견한 여성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관계는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여성들은 세잔의 옷을 어떻게 입고 스타일링하는지, 또 자기 삶의 어떤 순간과 그 옷을 연결 짓는지를 온라인에서 자연스럽게 공유합니다. 여행지에서 입은 드레스나 일상의 스타일링 같은 장면들이 사진과 이야기로 이어지고, 이런 경험이 다시 브랜드의 영감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파리와 뉴욕 등지에 있는 ‘라파르트망 세잔(L’Appartement Sézane)’ 매장에서는 작은 이벤트나 모임이 열리며 실제 공간에서도 커뮤니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교육과 문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드맹(Demain)’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와 고객이 함께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세잔의 커뮤니티는 단순한 고객층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입니다. 여성들의 삶과 스타일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그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브랜드를 움직이는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여성의 삶은 종종 여러 역할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창업가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가나요? 균형 있는 삶을 꾸리는 요령은 여전히 배우는 중이에요. 다만 유능한 팀과 함께 일하고 그들을 신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돼요. 그 덕분에 브랜드의 창의적 부분에 효율적으로 집중하면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개인적인 시간을 지킬 수 있습니다. 또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파리 거리를 산책하거나, 미술관을 찾아가거나, 여행하며 일상의 순간순간을 관찰하는 시간이죠. 이런 순간이 다시 디자인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브랜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가족이 당신의 디자인이나 시선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가족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옷은 결국 실제 삶과 밀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죠. 편안하고 유연하며 일상의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옷이어야 합니다. 저는 여성들이 래 간직하는 옷을 자주 떠올려요. 그 옷과 함께한 기억을 오랫동안 품게 되는 옷들이요. 이런 시선으로 디자인하면 트렌드보다 지속성과 의미에 더 집중하게 되죠.

최근 ‘이 여성은 참 멋지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늘 영감을 주는 여성들에 둘러싸여 있는 터라 한 여성만 꼽기가 어렵네요.(웃음) 우리 팀에서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주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수십 년 동안 자신의 기술을 연마해온 장인에게 눈길이 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우리 커뮤니티의 여성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서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하고요. 용기 있고 관대한 태도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여성들에게 늘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한국 여성을 만난 적이 있나요? 네, 그럼요.(웃음) 여행과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 여성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창의적 스타일이 인상적이었어요. 디테일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있고, 실루엣과 레이어링을 연출하는 방식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한편, 프렌치 스타일은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하죠. 그래서 다른 문화권 여성들이 패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세잔의 옷은 일하고, 여행하고, 친구를 만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여성들의 삶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순간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나요? 저에게 영감은 대개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서 시작돼요. 도시를 걷거나, 여행을 하거나, 친구들과 저녁을 먹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이죠. 여성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옷을 레이어링하는지, 계절과 기분에 따라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늘 관찰합니다. 그런 실제 삶의 장면 속에서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하곤 합니다.

세잔의 옷을 입는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그 삶이 풍요롭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삶이라고 상상합니다. 아침에는 출근을 위해 옷을 입고,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며, 어느 순간에는 주말 여행을 위해 그 옷을 가방에 넣습니다. 세잔의 옷은 그 모든 순간에 늘 어울리도록 디자인합니다. 일상의 매 순간은 물론이고 여행하거나 누군가를 축하하는 자리, 유난히 조용한 오후까지요. 저는 여성들이 삶 속에서 옷을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지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많은 시대입니다. 세잔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이어가고 있죠. 네 맞아요. 세잔에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우리 목표는 여성들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정성스럽게 만들고 세심하게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인, 오랜 시간 옷장 속에서 가치를 유지하는 옷들 말입니다. 2020년에 BCorp 인증을 받은 것은 그 약속을 공식화한 중요한 단계였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더 책임 있는 소재와 파트너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입니다. 이 과정은 끝없는 여정이며, 우리는 컬렉션마다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여성들에게 패션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세잔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패션은 매우 개인적 표현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옷은 우리의 기분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죠. 따라서 세잔을 통해 제가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여성들이 자신감 있고 편안하게, 그리고 자신답게 느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옷이 일상의 순간들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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