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컬렉션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을 인식하고,
마티유 블라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캔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쇼 정보를 새긴 모던한 줄자 형태의 펜던트 초대장, 그리고 색색의 크레인 타워가 장관을 이룬 쇼장 전경. 2026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이 열리는 파리 그랑 팔레에 들어서는 순간, 마티유 블라지의 창의적 비전 아래 재건되고 있는 샤넬의 현재와 미래가 상징적으로 펼쳐졌다. 지난해 10월, 샤넬의 네 번째 아티스틱 디렉터로 데뷔 쇼를 선보인 마티유 블라지. 그가 이 전설적인 하우스에서 써나갈 오늘의 새로운 역사,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과 이어가는 상상 속 대화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패션은 애벌레이면서 동시에 나비입니다.
가브리엘 샤넬
낮에는 애벌레가 되고, 밤에는 나비가 되어보세요.”
이번 시즌, 마티유 블라지는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애벌레와 나비’의 은유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번역했다. “패션은 애벌레이면서 동시에 나비입니다. 낮에는 애벌레가 되고, 밤에는 나비가 되어보세요.” 가브리엘 샤넬의 언어를 통해 그는 언제든 애벌레와 나비 사이를 유영하듯 오가며 낮과 밤, 편안함과 화려함을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자유와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을 인식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캔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우스의 뿌리와 가브리엘 샤넬의 유산을 탐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선 마티유 블라지의 여정. 그는 총 78벌의 룩을 통해 그랑 팔레의 런웨이를 다채로운 실루엣과 컬러, 디테일로 풍성하게 물들였다.
먼저 쇼의 오프닝을 맡은 모델 스테파니 카발리(StephanieCavalli)와 그 뒤를 이은 브랜드 앰배서더 바비타 만다바(Bhavitha Mandava)의 니트 수트는 이번 컬렉션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야말로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샤넬의 태도가 분명하게 읽히는 장면이었다. 마티유 블라지가 이번 컬렉션에서 제안한 지퍼 디테일의 리브드 니트 수트는 여성의 일상에 중심을 둔, 매력적인 데이웨어의 새로운 해석으로 읽힌다. 지극히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균형을 보여준 이 수트는 유려한 형태와 절제된 우아함을 유지한 채 컬렉션의 서막을 열기에 충분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후 샤넬은 하우스의 상징인 클래식한 트위드를 비롯해 인공섬유와 루렉스, 실리콘을 거즈와 함께 엮은 정교한 직물 등을 통해 수트의 다채로운 변주를 이어가며 데이 웨어의 스펙트럼을 확장해갔다.
쇼가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수트는 점차 강렬하고 유동적인 실루엣의 이브닝 웨어로 바뀌었다. 마치 땅 위에서 지난한 변이를 거쳐 비상하는 ‘밤의 나비(papillon de nuit)’처럼! 더없이 가볍고 날렵한 실루엣의 드레스와 코트, 절제된 커팅 디테일부터 장식적인 디자인까지. 블라지는 경계 없이 화려하고, 섬세한 동시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 옷들을 통해 짜릿한 시각적 즐거움과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런웨이 위에 펼쳐 보였다.
액세서리 또한 이번 컬렉션의 상상력을 실현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했다. 인상주의 회화풍의 색이 짙게 스며든 에나멜과 레진 주얼리부터 아이코닉한 플랩 백을 변주한 더블 플랩 백, 에나멜로 마감한 석류 모양의 미노디에르백은 유쾌한 상상력을 더했고, 마치 피부처럼 발을 감싸는 아이코닉한 캡토 부츠는 룩에 강렬한 포인트가 되어주며 낮과 밤을 위한 디테일로 한층 매혹적인 서사를 이끌어냈다.
2 아이코닉한 플랩 백을 변주한 더블 플랩 백.
3 에나멜로 마감한 석류 모양의 미노디에르 백.
4 피부처럼 발을 감싸는 샤넬의 아이코닉한 캡토 부츠.
“샤넬은 기능적인 동시에 환상적입니다. 이성적이면서도 유혹적이죠. 낮이면서 동시에 밤입니다.” 전통적인 코드와 헤리티지에 역설의 미학과 창의적 상상력을 더하며 샤넬 하우스의 새로운 장을 펼쳐 보인 마티유 블라지. 상반된 요소를 자신만의 감각과 확신으로 조화롭게 풀어내는 그의 영민함이 돋보이는 쇼를 지켜보며, 새로운 샤넬을 향한 기대감은 한층 더 증폭되었다. 벌써부터 그가 이어갈 다음 여정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