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 첫날인 27일 유가가 저렴한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 주유를 하려는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2차 최고가격제 고시를 통해 도매가격을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리터당 1923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본격적인 소매가격 상승은 기존 재고 소진 여부와 개별 주유소 가격 전략에 따라 시차를 두고 주말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26.03.27. [서울=뉴시스]
국제 유가도 2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면서 향후 국내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산업계 부담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 산업의 필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에 나섰다.
●주유소 800곳 2차 최고가 선반영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가 L당 1838.79원, 경유는 1834.56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각각 19.44원, 18.76원 올랐다.
정부는 정유사 주유소 공급가격 상한제인 석유 최고가격제를 이달 13일 처음 실시했고, 2주가 지난 이날 0시부터 2차 최고가를 적용했다. 보통 휘발유 최고가격 상한은 L당 1934원으로 1차 대비 210원 인상됐다. 주유소는 여기에 100원 안팎 마진을 붙여 판다.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주유소는 통상 5일에서 최대 2주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데, 2차 최고가격은 새로 들어오는 물량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차 최고가격 시행 첫날부터 가격이 오른 건 일부 주유소가 정유사 공급가 인상분을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휘발유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843개, 경유는 821개로 조사됐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재고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2차 최고가격 시행 즉시 (주유소 판매가격이) 올라가는 건 부당하지 않나 판단한다”며 “2, 3일 정도 뒤에 조금씩 오를 수 있어 보이지만 당장 가격을 올린다면 문제가 있는 의심스러운 주유소”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6일(현지시간)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8.01달러로 5.8% 오르며 최근 2주 동안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 진전 기대가 약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가가 반등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을 4월 6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발언에 원유 시장 불안정성은 커지고 있다.
●‘산업의 쌀’ 나프타 수출 전면 제한
에너지 비용 상승이 물가 인상과 산업계 부담 확대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에 복합 충격을 입힐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해 이날부터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섬유는 물론이고,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널리 사용돼 ‘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국내 나프타 수요의 45%는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 생산분 역시 수입 원유로 만들기 때문에 이번 중동 사태에 따른 수급 불안이 크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0시를 기해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나프타의 수출을 제한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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