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재무부, 휘발유·경유 리터당 160원씩 특별 소비세 대폭 인하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중동전쟁 여파로 에너지 운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뒤 인도 정부는 연료 비축량이 충분하다고 계속 강조하지만, 석유 사재기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중동전쟁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석유와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은 완전히 안정적이며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60일 분량의 원유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LPG도 80만t가량 확보했다며 "앞으로 몇개월 동안은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또 현재 자국 내 모든 정유소가 100% 가동 중이라며 전국적으로 LPG 부족 현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유소 생산량이 40% 증가해 일일 LPG 생산량은 5만t이며 이는 일일 총수요량인 8만t의 60%를 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동전쟁 이후 '연료 대란' 공포가 퍼진 인도에서는 최근 주유소마다 석유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고, 1인당 판매량을 제한하는 곳이 늘었다.
아시시 싱은 AFP에 "1시간 동안 줄을 서 기다렸는데 2천루피(약 3만2천원)어치 연료만 받을 수 있었다"며 "주유소 측이 가득 채우는 건 안 된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하는 샤일레시 프라자파티도 "휘발유를 더 채워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주유소에서 300루피(약 4천800원)어치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남부 텔랑가나주에 있는 주유소 여러 곳에서는 석유 판매량이 급증하자 '재고 없음' 안내판이 내걸렸다.
남서부 카르나타카주에서도 주유소마다 대기 줄이 늘어섰다고 현지 매체 더힌두는 보도했다.
그러나 인도 국영 정유사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연료 부족과 관련한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국영 인도석유공사(IOC)는 "휘발유나 경유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인도 재무부는 이날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리터(L)당 10루피(약 160원)씩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에 붙는 특별 소비세는 리터당 13루피(약 207원)에서 3루피(약 47원)로 줄었고, 애초 리터당 10루피(약 160원)였던 경유의 특별 소비세는 아예 없어졌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은 "서아시아(이란 정세) 위기를 고려해 국내 소비용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세를 인하했다"며 "유가 상승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로 얼마나 많은 재정 손실이 생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경제학자 마다비 아로라는 연간 1조5천500억루피(약 24조6천700억원)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이번 유류세 인하로 중동 전쟁 탓에 인도 석유 유통업체들이 입을 연간 손실이 30∼4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3위 석유 수입국인 인도는 원유 수입량의 40%가량을 들여오던 호르무즈 해협이 중동 전쟁 이후 사실상 봉쇄되면서 연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주요 산유국과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에너지 운송 요충지다. 최근 인도에서는 조리용 LPG도 공급이 부족해 문을 닫는 음식점과 호텔 등이 잇따랐다.
인도는 중동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연료 수급난이 커지자 러시아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으로 원유 공급처를 다각화하고 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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