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000원대, 비닐 대란 우려'…일상과 가까워지는 이란 전쟁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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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2000원대, 비닐 대란 우려'…일상과 가까워지는 이란 전쟁 여파

BBC News 코리아 2026-03-27 12:20: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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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주유하는 한 남성
NEWS1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위기가 이어지면서 기름값이 오르는 등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커지고 있다.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2차 석유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리터(ℓ)당 1934원, 자동차 및 선박용 경유 1923원, 실내 등유는 1530원으로 각각 지정됐다. 다만 이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가격의 상한선으로, 실제 소비자들이 휘발유나 경유를 주유할 때는 리터당 가격이 2000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23.21원으로, 최저가는 1731원, 최고가는 2498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만큼, 중동의 석유 운송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금 유가 상승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제 유가는 통상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란 사태 직후 일부 주유소들이 가격을 크게 올리자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약 30년 만의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최고 가격은 2주간 유지된 후 국제유가 등을 고려해 재조정되며, 1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유류세 인하 폭을 대폭 늘리는 등 석유최고가격제와 더불어 국민 부담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큰 흐름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부터 종량제봉투까지

BBC와 이야기를 나눈 여러 시민들은 이란 사태가 이어짐에 따라 유가 상승을 비롯해 실생활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경기도 지역에 거주하는 김태현 씨는 "최근 기름값이 올라서 (차에) 기름 넣기가 좀 무서워졌다"라며 이미 1차 최고가격이 적용됐을 때부터 기름값이 "체감상 한 30~40% 오른 것 같다. 예전에 6만원어치 넣던 게 8만원, 9만원씩 했다"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한지형 씨도 "요새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오른 것 같다"라며 "운전하다 보면 확실히 도로에 차가 줄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했다.

최근에는 쓰레기 종량제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데, 최근 유가 상승으로 종량제봉투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일부 시민들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전국 평균 3개월분 이상 재고가 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한승은 씨는 "기름값도 많이 올랐고, 얼마 전 마트에 종량제봉투를 사러 갔더니 한 장씩만 팔고 있더라"라며 최근 에너지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30대 프리랜서 우정석 씨도 "며칠 전 근처 마트에 갔더니 종량제봉투가 품절이었다"라며 더 이상 이란 사태가 "해외 뉴스가 아닌 실생활 문제로 번진 것 같다"라고 했다.

김태현 씨는 플라스틱을 고온으로 녹여 금형으로 찍어내는 사출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도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최근 원료(원유 부산물)를 사오는 국내 기업들로부터 한동안 공급을 못 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는 것.

"여름에 플라스틱 컵이 많이 팔려서 원래 지금 한창 준비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말하자면 성수기인데, 원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서 생산을 못하고 있고, (원료) 공급을 받더라도 기존 가격보다 30~40% 정도 비싸다보니까…"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국제유가 상승은 석 달 정도 지나면 기업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라며 "물가 비중 가중치 가운데 원유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전기, 가스, 공공요금부터 시작해서 기초 원자재, 가공식품, 나프타 등이 다 영향받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생활 속 절약' 가능할까

한국 정부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상황에서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추경안은 오는 31일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 외에도 석탄발전 운전 제약을 완화하고 정비 중인 원전을 재가동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반발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기업, 시민까지 아우르는 범국가적 에너지 절약 노력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생활 속 에너지 절약 대책이 차량 5부제(요일제)다. 공공부문이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민간은 자율로 참여하되, 자원안보위기 경보 단계가 원유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경계'(4단계 중 3단계)로 격상될 경우 민간도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자원안보위기 '주의'(4단계 중 2단계) 경보 발령에 따라 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12가지 국민행동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차량 5부제(요일제) 참여, 적정 실내온도 준수(난방 시 20도·냉방 시 26도), 낮 시간대 전기차 및 휴대폰 충전하기, 샤워 시간 줄이기, 세탁기·청소기 주말에 사용하기 등이 포함됐다.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30대 김 모 씨는 "출근할 때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5부제 운영 실시 이후 (에너지 상황) 변화를 느끼고 있다"라면서 국민행동 방안에 대해서는 "평상시에도 실천하면 좋을 내용"이라고 말했다.

우정석 씨는 "이미 과소비에 익숙해진 많은 사람에게 절약을 유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정부기구(NGO)에서 근무하는 20대 김 모 씨는 "개인적으로 정책이 아닌 (에너지 절약) 제안은 좋은 것 같다"라며 "집에서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불 바로바로 끄기, (전열기구) 플러그 뽑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일상이 엄청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가격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니까요…불안감이 있죠."

추가 취재: 최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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