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학·섬유 산업의 현대화를 이끌며 ‘기술 경영’의 이정표를 세운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모식은 고인의 생전 철학을 반영해 차분하고 내실 있게 진행됐다. 오전 8시 30분 본사 강당에서 열린 행사에는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삼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비롯한 유가족, 그룹 주요 임직원 및 내빈들이 참석해 고인의 숭고한 삶과 업적을 기렸다.
약 40분간 이어진 식순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어 약력 소개, 추모사 낭독, 생전 활동상을 담은 추모 영상 상영, 그리고 헌화 순으로 정중하게 이어졌다.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교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였다. 당초 대학교수를 꿈꾸며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그는 1966년 부친인 조홍제 창업주의 부름을 받고 귀국하며 기업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효성의 모태가 된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을 주도하며 한국 화섬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1982년 효성그룹 2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특유의 혜안과 도전정신으로 효성을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렸다.
특히 조 명예회장의 업적 중 가장 빛나는 것은 ‘원천 기술 확보’에 대한 집념이다. 그는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우리만의 기술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신념을 실천했다. 그 결과 199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독자 개발에 성공한 ‘스판덱스’는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울러 ‘철을 대체하는 소재’인 탄소섬유와 신소재 폴리케톤 등 미래 먹거리 사업 역시 그의 끈기 있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의 발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現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재계를 대변했으며,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한일경제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국제적 감각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위상을 높인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이날 본사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과 경영진은 경기도 선영을 찾아 다시 한번 고인을 추모했다. 효성 측은 "생전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고인의 뜻을 기려, 본사 추모식장을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해 일반 직원들도 자유롭게 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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