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로운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는 날이면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애플스토어 앞에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는 날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는 오픈런의 모습이 보인다. 목적은 단순하다. 남보다 앞서 트렌드의 정점에 서 있다는 성취감을 맛보고 그 특별한 경험을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계에는 수천 년 전부터 이 분야의 대가가 존재했으니 바로 매화다. 다른 꽃들이 따뜻한 봄바람을 기다리며 눈치를 볼 때 매화는 겨울의 끝자락이 남긴 차가운 공기를 뚫고 홀로 꽃망울을 터뜨린다. 남들이 잠든 새벽 꽃샘추위 속에 드물게 활동하는 꽃등에나 파리류 같은 초기 곤충들을 독점하는 영리한 전략가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선점 효과(First-mover Advantage)라고 부른다.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한 기업이 기술 표준을 장악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후발 주자가 넘지 못할 진입 장벽을 쌓는 전략이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제1법칙인 '리더십의 법칙'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보다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이라는 카테고리를 먼저 만들어 시장을 독식하고, 쿠팡이 로켓배송이라는 기준을 먼저 선점해 물류의 대명사가 된 것과 같다. 매화 역시 봄이라는 카테고리의 리더로서 시장의 표준을 스스로 정의하며 퍼스트 무버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한다 .
이러한 선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포식자가 두려워 머뭇거릴 때 가장 먼저 차가운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처럼, 매화는 꽃샘추위 속에 꽃망울을 터뜨리며 가장 먼저 시장을 연다. 퍼스트 펭귄은 무리 중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포식자의 유무를 확인하고 먹이를 선점하는 선구자를 뜻한다. 매화 역시 남들이 안전한 봄볕을 기다릴 때 고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먼저 피어남으로써 초기 시장을 독점하는 자연계의 퍼스트 펭귄이다.
이때 감수해야 할 치명적 리스크는 변덕스러운 날씨다. 한파에 꽃잎이 얼어붙어 자손을 퍼뜨릴 기회를 잃는 것은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에 과잉 투자했다가 도산하는 초기 기업의 위험과 닮았다. 그럼에도 매화가 이 길을 택하는 이유는 독점적 보상 때문이다. 꽃등에나 파리류 같은 초기 곤충은 매화가 선점한 시장의 유일한 고객이다. 매화는 내한성 자구책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워 수분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고히 굳힌다.
매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으로 정식 이름은 매실나무이다. 예전부터 양반들이 꽃을 보기 위해 심은 나무라 매화나무라 불렀다. 매화의 열매가 매실이다. 꽃의 브랜드 파워가 열매까지 전이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드라마 <허준> 에서 매실이 만병통치약으로 등장하자 전국에 매실 열풍이 불었다. 당시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매실 계속 먹었는데 낫지 않아 왔다"는 말을 의사들에게 쏟아냈고, 한의와 양의의 갈등을 일으킨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매화가 선점한 봄의 이미지가 매실이라는 상품에 그대로 얹혀버린 것이다. 브랜드의 힘은 이처럼 강하다. 허준>
매화는 꽃 색에 따라 시장 전략을 달리한다. 가장 대중적인 백매는 꽃받침의 붉은 기운과 흰 꽃잎이 조화를 이루며 시장의 원조 자리를 지킨다. 이는 표준 모델을 제시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기업의 모습이다. 반면 화려한 홍매는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강력한 시각 마케팅을 펼치는 특별판 전략과 흡사하다.
또한 청매는 꽃잎은 희지만 꽃받침과 가지의 녹색이 맑은 기운을 더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본질적인 정갈함으로 승부하며 충성 고객을 거느린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같은 위상을 가진다.
꽃 사진을 잘 찍는 양진철 사진작가와 매화를 촬영하러 갔다. 그가 말하길 매화를 제대로 관찰하려면 무릎을 굽히고 앉아 확대경으로 꽃잎 안쪽의 수술과 암술의 정교한 배치를 들여다보라고 한다. 그리고 사진에 담을 때는 뒤틀리고 거친 가지의 선과 대비되는 섬세한 꽃을 구도의 핵심으로 삼는 것이 포인트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 좋은 매화 사진은 주변 배경과 어울리거나 사람과 함께 숨 쉬는 풍경이라고 양 작가는 강조한다. 나만의 완벽한 컷을 얻겠다고 매실나무 주변의 사람들을 밀어내는 행태는 자연의 조화를 깨뜨리는 무례한 독점이다.
이 선점 효과의 정점은 전남 광양의 매화 축제이다. 꽃 축제 중에 가장 먼저 시작하여 선점 효과를 누린다. 이번 봄에는 무려 71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매화가 아름다운 곳이 곳곳에 있다. 이번에 매화 사진을 찍으러 나간 곳은 서울 용답동 청계천변의 하동매실거리다. 용답 매화길로도 불린다. 용답역 2번 출구와 연결된다. 그리고 홍릉 수목원과 양평의 세미원, 오산의 물향기 수목원, 용인 에버랜드의 하늘정원길이 좋다.
매화가 시장을 선점하면 미각의 경쟁도 시작된다. 이 시기 봄의 선점 효과를 고스란히 담아낸 별미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다리쑥국과 섬진강 벚굴, 그리고 매실장아찌 비빔밥이다. 이는 오직 봄의 가치를 먼저 알아챈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미식의 특권이다.
특히 매화 축제를 간다면 현장에서 작년에 수확해 정성껏 숙성시킨 매실장아찌를 파는 할머니를 찾아라. 그리고 집에 가서 그 장아찌에 밥 한 그릇을 꼭 비벼보길 권한다. 매화의 우아함이 실질적인 부가가치로 전환된다. 배가 든든해진다는 소리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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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한양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전공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오랫동안 '환상의 나라'를 설계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슬로우빌리지 대표이자 컨설턴트로 변신해 농촌에 행복의 마법을 부리는 중이다. 한국수달보호협회 수도권서부지회장으로서 생태 보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한국사회적농업협회 부회장을 맡아 치유농업과 6차산업을 이끌고 있다. 사람과 생명이 함께 웃고, 모든 이가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쾌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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