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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시장 운영점포 뚝 떨어졌는데…대형마트 규제효과 희미
2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상점가및점포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전통시장내 운영 점포 비중은 75.0%를 기록했다. 이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등이 포함된 유통산업발전법이 지금 형태로 개정됐던 2013년대비 13.7%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반면, 전통시장내 빈점포 비중은 2013년 9.3%에서 2024년 10.8%로 1.5%포인트 올랐다. 13년간 전통시장내 운영점포 비중은 점차 줄고, 빈점포는 늘어났다는 의미다.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대형마트 규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시장 상인들에는 눈에 띄는 효과를 준 것으로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최근 소상공인 단체들과 여당 일부 의원들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거리로 나왔다. 당초 당정은 지난 2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일으킨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13년여 만에 ‘온라인’에 한해서만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개선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관련 법안까지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오세희 의원이 필두로 나서 반대에 나서더니, 지난 19일엔 민주당 을지위까지 나서 전국상인연합회와 반대집회까지 열었다. 고위 당정협의까지 마친 사안이지만, 불과 한달새 여당내 일부 의원들이 다른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근거다. 최근 집회에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 거대 유통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도 “소상공인 생존 기반이 더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형마트 규제가 그간 전통시장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줬는지 구체적인 지표나 근거는 보기 힘들다. 반면 대형마트 규제 효과가 전통시장이 아닌, 이커머스로 옮겨갔다는 분석은 다수 나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전통시장 식료품 평균 구매액은 610만원으로 2015년(1370만원)대비 55% 감소했다. 반면 이커머스 플랫폼내 구매액은 같은 기간 350만원에서 8170만원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이커머스 성장을 이끈 것이 바로 2014년부터 새벽배송을 도입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 쿠팡이다. 당정이 쿠팡 견제를 위해 대형마트 규제를 풀려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그 시작점이 온라인 새벽배송 허용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은 “일부 반대측의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근거 제시가 부족하다”며 “대형마트 규제 도입 이후 온라인 유통과 편의점은 급성장한 반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모두 상대적으로 위축됐고, 규제의 가장 큰 반사이익은 온라인이 받았다는 분석이 다수 제시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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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선 앞두고 정치적 셈법?…갈등 아닌 협력관계로 봐야
정계와 업계에선 최근 일련의 상황을 오는 6월 지방선거와 연결해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상공인들을 지지기반으로 둔 여당 등 진보 정당들이 선거를 앞두고 대형마트 새벽배송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만들고 있는 소상공인 상생안과 관련해 더 유리한 입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도 보고 있다.
재계 한 대관 관계자는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으로 지지기반이 소상공인으로 한정된 오 의원에 을지위가 일부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을지위 입장에선 상생안 구축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강한 목소리를 대변하면 조금 더 유리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정치적 명분 쌓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여당 관계자도 “을지위 다른 의원들은 모르겠지만, 오세희 의원은 매우 공격적으로 새벽배송 규제 문제에 나서고 있다”며 “당내에서도 오 의원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국 핵심은 상생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매출·영업이익 일부를 기금화하거나, 지역 물류창고를 전통시장과 함께 사용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데 상생안 자체가 완성돼야 논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서다. 때문에 빠른 상생안 발표가 중요하다. 또한 상생안 구축 과정에선 13년 전 ‘낡은 시선’으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갈등 구도로만 보지 않고, 협력대상으로 보는 관계 재설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 움직임과 연계해 온·오프라인을 모두 포함하는 대중소 유통 상생방안을 함께 마련하려는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이젠 규제가 아닌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의 경쟁구도 자체가 바뀌었고, AI·빅데이터·개인화 추천·물류최적화 같은 기술 발전은 유통의 승패를 데이터, 물류, 고객경험, 생태계 협업이 좌우하는 구조로 바꾸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중소 유통을 살리는 길도 대형마트 영업규제 유지에만 있지 않고 오히려 지역상권 연계, 공동물류, 디지털 전환, 판로 확대 등의 실질적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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