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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한 한국경쟁법학회장(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위법 행위를 줄이는 억제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과징금을 올렸다”며 “사업자 입장에선 이를 가격으로 전가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과징금 인상 결정을 비판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담합 등 중대한 위법 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과 하한을 모두 높이는 내용의 ‘과징금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하한을 관련 매출액의 0.5%에서 10.0%로 대폭 상향했고, 상한도 10.5%에서 18.0%로 강화했다. 부당지원·사익편취 부과 기준율도 상향했다. 하한이 20%에서 100%, 상한도 160%에서 300%로 높아진다.
기업이 과징금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은근슬쩍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담합 피해에 이어 ‘가격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는 게 심 학회장의 우려다. 과징금으로 걷어들인 돈이 직접 피해를 본 소비자나 기업에 대한 피해구제에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과징금을 높이는 게 국민 경제에 이익이 된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복 제재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형사처벌과 과징금, 손해배상 책임을 모두 지우는 강력한 체계를 갖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빼면 드문 중복 제재 체계다. 심 학회장은 “미국도 실제 형사 제재는 아주 엄중한 담합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하는데 한국에선 전속고발제 폐지 논란까지 더해진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이로 인해 재차, 삼차 조사를 받게 된다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 학회장은 처벌 중심에서 피해 구제 중심으로 경쟁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징금 수준을 올리는게 아니라 피해를 본 국민들이 직접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사적 손해배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학회장은 독일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독일은 기업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면 부과한 과징금에서 손해배상 금액을 깎아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이 실질적인 피해 배상으로 흐르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보다 선진적인 방향이라는 주장이다. 강한 제재만이 좋은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 학회장은 “경쟁법의 본질은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것”이라며 “경쟁법적 접근을 넘어선 정책 개입이 들어오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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