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개월 딸을 방치해 영양결핍으로 사망케 한 엄마가 구속돼 전국민적 공분을 산 가운데, 생후 76일 영아를 굶겨 죽인 엄마의 판례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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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생후 76일 된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영양결핍으로 숨지게 한 친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이날은 아기가 세상을 떠난 지 딱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민달기 고법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3월 27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주거지에서 생후 76일 된 딸 B양이 수일간 분유를 토하는 등 건강에 이상이 있음에도 병원 진료를 하지 않아 영양결핍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A씨는 이날 119에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B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영양결핍’과 ‘패혈증’.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가 숨을 안 쉬는데 남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엄마가 차분했다”며 “아기는 뼈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말라 있었다. (소아용 자동심장충격기) 패치가 안 붙을 정도였다”고 현장을 떠올렸다.
미혼모인 A씨는 B양을 낳고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고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 그는 B양 외에 또 다른 자녀가 있었고 이번이 두 번째 출산이었다.
별다른 직업이 없던 A씨는 주거지도 일정하지 않았다. 아기 아빠와도 연락이 안 되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부모에게 또 출산한 사실을 들키는 것이 두려웠다고 했다. 아기 배가 부풀어 오르는 상태까지 이르렀지만 병원에 한 번도 데려가지 않았던 이유도 이와 같았다. “부모님께 들킬까 봐”. 당연히 필수적인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다.
2.69kg로 태어난 B양은 사망할 당시 몸무게가 겨우 2.5kg으로 신생아보다 더 야윈 상태였다. 생후 2개월 여아 표준 체중은 3.98kg~6.87kg 정도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점을 시인하면서도 “양육 경험이 부족해 사망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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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이 경찰에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를 요청하며 제동을 걸었다. 사건 당시 A씨 방 안 모습이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질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 주변에는 전자담배 꽁초와 재떨이, 술병 등이 있었고 아기 물건이라고는 분유 한 통이 전부였다. 또 “아기가 밤에 혼자 울더라”는 참고인 진술도 있었다.
경찰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며 A씨 행적 등을 추가로 파악했다. A씨 휴대전화 위치 기록을 조회한 결과 1주일에 3~4번씩 한 번에 4~6시간 가량 집을 비운 것이 드러났다.
결국 A씨는 아이가 살아있던 70여 일 중 절반 이상을 술을 마시는 등 이유로 외출해 갓난아이가 혼자 집에 방치된 것이 확인됐다. 특히 사망하기 20일 전부터는 매일 외출하면서 장시간 집을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의 반복된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다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A씨는 1심에서 B양이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사했거나 코로나19로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인을 ‘영양결핍’으로 판단한 부검감정서를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를 낳기 전에도 아기를 낳아 양육한 경험이 있음에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아이의 건강 상태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심각한 유기·방임으로 죄책이 무겁고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으로, 검찰 역시 형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측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서는 “아동을 유기했고, 유기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A씨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 “A씨 범행은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지만 ▲A씨가 부분적으로나마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가해자이자 유족이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겸하고 있는 점을 참작해 형이 무겁다는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가 있다”며 징역 10년에서 6년으로 감형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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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A씨 친구 3명과 남자친구의 수두룩한 거짓 증언도 드러났다.
남자친구는 A씨 집에 드나들며 그가 B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아기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방치했고 심지어 아기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셨다. 친구들도 대체로 비슷했다.
이들은 A씨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 후 40회가 넘는 허위 진술을 했다. ‘우유도 잘 먹고, 변도 잘 보고, 우는 소리도 우렁찼기 때문에 엄청 건강하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200㎖ 정도는 항상 먹었어요. 하루에 못해도 5번에서 8번은 우유를 먹였습니다’ ‘엄청 건강해 보였습니다. 볼에 살도 올라왔었고...’ ‘아니요, 제가 안았을 때도 살집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은 전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등 변호인과 재판장, 검사 질문에 이같은 거짓말을 늘어 놓았다. 법정에서 허위 진술은 형법상 위증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24년 5월 창원지법 형사3단독 유정희 판사는 “위증은 법원의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심리를 방해하여 국가의 사법기능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이들을 꾸짖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들의 위증이 이 사건 선행 사건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피고인들은 이 사건 선행 사건이 확정되기 전에 잘못을 인정하고 범행을 모두 자백했으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히며 피고 2명에게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한편 2023년 부산에서 4살 딸을 굶기며 학대하다 때려 숨지게 한 일명 ‘가을이 사건’ 친모는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사망 당시 아이 몸무게는 고작 7kg으로 사실상 기아 상태였다. 당시 아이는 굶주림 속에서 어른들이 배달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사실도 알려져 많은 안타까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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