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3분의 2는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치매를 예방하거나 낫게 하는 약 개발은 더디지만 예방할 방법은 있다는 것인데,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글로벌뇌건강연구소와 아가 칸 대학교 연구진이 공동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예방 가능 비율은 최고 65% 수준이라고 한다.
2025년 9월 국제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의 최대 65%는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관리함으로써 예방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에 앞서 2024년 ‘란셋(Lancet)’ 치매위원회는 치매 예방 가능성이 45%라고 발표했다.
‘생활 습관’ 넘어 ‘사회 구조’로 확장된 치매 원인
이번 연구의 핵심은 위험 요인의 범위를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2024년 란셋 위원회는 ▶낮은 교육 수준 ▶청력 손실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 활동 부족 ▶당뇨병 ▶과음 ▶외상성 뇌 손상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 ▶치료받지 않은 시력 손실 ▶고LDL콜레스테롤 등 총 14가지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지난 해 9월 ‘이바이오메디신’에 발표된 연구는 14가지 요인 외에 ▶빈곤 ▶경제적 충격 ▶소득 불평등 ▶HIV 감염 4가지를 추가했다. 특히 개인의 선택이나 생활습관을 넘어 사회경제적 환경 자체가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빈곤은 전두엽과 해마 등 기억과 판단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회백질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실패, 실직, 배우자 사망 등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 역시 장기적인 뇌 손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소득 불평등은 국가 단위에서 치매 발생률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고, HIV 감염은 신경염증을 통해 신경세포 손상과 사멸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성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
이번 연구는 치매 위험요인의 성별 격차도 재조명했다. 기존 란셋 모델의 위험요인 중 상당수는 남성에게 더 흔한 요인으로 구성돼 있었던 반면, 실제 치매 환자의 다수는 여성이다.
새롭게 추가된 사회경제적 요인을 포함해 분석한 결과, 수정 가능한 위험요인의 약 56%가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빈곤과 경제적 충격이 여성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존 치매 연구가 남성 중심의 데이터 구조에 기반해 있었음을 보여주며, 보다 현실에 가까운 위험 모델로 보완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 ‘치매 100만 시대’ 앞둔 구조적 경고
이 연구는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보건복지부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2026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2044년에는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내 조사에서도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독거 가구일수록, 농어촌 지역일수록 치매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이번 연구에서 강조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요인과 맞닿아 있다.
치매 예방 전략이 개인의 식습관과 운동을 넘어 소득 안정, 사회적 관계, 의료 접근성 등 정책적 영역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65% 예방 가능”… 가능성과 한계
다만 65%라는 수치는 이론적 최대치라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각 위험요인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고 모두 제거 가능하다는 가정 아래 도출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란셋 치매위원회의 공식 업데이트가 아닌 후속 제안 연구로, 국제 학계의 합의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름은 분명하다. 2017년 35%, 2020년 40%, 2024년 45%로 제시돼 온 치매 예방 가능 비율은 이번 연구에서 65%까지 제시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치매를 단순한 노화나 유전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의 생활습관과 사회적 환경이 함께 작용하는 질환으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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