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레라크 후보 당선 "그린란드 목소리 적극 반영할 것"
덴마크 연정 협상 시작…프레데릭센 총리가 일단 주도권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덴마크와 조속한 결별을 주장하는 그린란드 정당이 덴마크 의회에 처음으로 입성했다.
지금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병합 위협에 휘말리며 홍역을 치른 민감한 시점이라 주목된다고 로이터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린란드 야당 날레라크(그린란드어로 '방향'이라는 뜻)는 지난 24일 덴마크 총선에서 24.6%의 표를 얻어 그린란드에 할당된 덴마크 의회 의석 2개 가운데 하나를 차지했다. 득표율이 4년 전 총선의 12.2%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날레라크의 후보로 이번 총선에 나선 카르소크 회흐-담 당선자는 "(이번 선거는)현상 유지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앞으로 그린란드와 관련한 모든 문제에서 그린란드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총리가 이끄는 그린란드 집권 연정이 덴마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충분한 준비를 통한 장기적인 독립 경로를 지지하는 반면, 날레라크는 가능한 빠른 분리 독립을 주장한다. 이런 까닭에 트럼프 대통령이 병합 의지를 노골화하며 그린란드 위기가 고조됐을 당시 미국이 날레라크를 병합 추진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회흐 담 당선인은 이번 선거 기간 그린란드에 방어 시설을 설치하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면서 그린란드 내 군사 인프라 설치를 반대했다.
북극 문제 전문가인 마르틴 브레움은 로이터에 날레라크 진영의 덴마크 의회 입성은 "그린란드인들이 덴마크와 협력 방식에 변화를 원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린란드에 할당된 덴마크 의석 2개 중 다른 1석은 이누이트 공동체당(IA) 소속의 나야 나타니엘센 현 광물자원사업부 장관이 선출됐다.
이번 덴마크 총선에서는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연정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새 정부 구성을 모색 중이다.
프레데릭 10세 덴마크 국왕은 25일 덴마크 주요 정당 대표들과 면담 후 3선을 노리는 프레데릭센 총리에게 정부 구성 협상 권한을 공식 부여했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민당은 38석을 얻어 다수당을 지켰지만, 생활비와 주거비 급등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4년 전 50석에서 크게 후퇴해 120여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사민당이 주도한 좌파 연합은 84석으로 전체 의석 179석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의지에 단호히 맞서며 지지율이 상승하자 여세를 몰아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14석을 얻은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이 이끄는 중도당을 포섭해 새 정부를 꾸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라스무센 장관이 좌파 연합 대신에 트뢸스 룬 포울센 국방장관이 이끄는 우파 연합(77석)과 손을 잡는다면 프레데릭센 총리의 3선은 물거품이 된다.
덴마크의 또 다른 자치령으로 자체 의회를 갖춘 페로 제도도 26일 조기 총선을 치러 새 정부 구성에 나선다. 1개월 남짓의 선거 운동 기간 인구 5만 5천명의 페로 제도가 직면한 주택난, 인력난, 이주민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논의가 집중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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