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 토모코 일본 금융청 전 차관은 26일 도쿄 시나가와 프린스호텔에서 ‘금융기관을 둘러싼 환경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마야 전 차관은 ‘유리 천장’을 깨고 일본 금융청 차관급 자리에 오른 최초의 여성으로, 국제 금융 규제와 금융기관 지배구조(거버넌스)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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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야 전 차관은 금융의 가장 큰 변화로 ‘경계의 붕괴’를 꼽았다. 기술 혁신이 금융 산업의 물리적·개념적 경계를 허물며 기존 질서를 바꾸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마야 전 차관은 “과거에는 ‘크로스보더’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제는 거래의 위치나 사업 소재지 같은 개념 자체가 점점 의미를 잃고 있다”며 “금융은 완전히 경계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를 가속하는 핵심 요인은 역시나 인공지능(AI)다. 아마야 전 차관은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화를 넘어서 업무의 형태, 상품의 구조, 나아가 경쟁 조건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금융 서비스의 생산·유통 방식을 바꾸는 동시에 금융회사의 역할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플랫폼·빅테크 간 경계도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 이후에는 인간의 경험이나 직관보다 데이터의 양과 이를 처리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며 “데이터 처리 역량이 글로벌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 산업의 경쟁 축이 ‘자본’에서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야 전 차관은 “이제는 인간과 비인간, 서비스와 비서비스의 경계까지 모호해지고 있다”며 ‘생성형 AI의 투자 조언’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아마야 전 차관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질문만 던져도 종목 추천이 이뤄지는 시대”라며 “이것이 기존 규제 체계에서 ‘투자 자문’인지, 단순 정보 제공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 체계 역시 근본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리스크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그는 “SNS를 통한 정보 확산으로 시세 조종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알고리즘 거래 시대에는 인간이 기계를 속이는 방식의 시장 교란도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야 전 차관은 그러면서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금융과 규제를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인재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마야 차관은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기술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대 인재라고 하면 흔히 AI·IT 전문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부터 고민하게 된다”면서 “전문 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비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관습이나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를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담을 진행한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학습을 따라가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인재를 키우는 부분이 AI 시대 리더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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