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 다수는 내과와 영상의학과에 편중되어 있다. 연간 외래 환자만 1600만 명에 달하는 정형외과 분야는 엄청난 수요에도 불구하고 부위별 모델 파편화 문제로 K-의료AI의 '블루오션'이자 남겨진 과제로 평가받아 왔다.
이러한 가운데, 토종 K-의료AI 스타트업 코넥티브(CONNECTEVE)가 진단부터 수술 로봇, 재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플랫폼'을 들고 나오며 글로벌 정형외과 시장의 새 판 짜기에 나섰다. 26일 서울 강남 코넥티브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봇)를 융합한 K-의료AI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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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만 장 데이터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진단부터 수술까지 하나로 잇다
이날 코넥티브가 강조한 핵심 경쟁력은 개별 질환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의 구축이다. 특정 부위나 작업에 특화된 기존 AI 모델들은 확장이 어렵고 개발 비용이 높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통합 솔루션으로 진단에서 수술까지 의료 편의를 돕는 통합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이형철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부원장은 "기존 방식으로는 수많은 AI 모델을 일일이 개발하고 인허가를 받기 힘든 패러다임적 한계가 있다"며 "코넥티브와 서울대병원이 보유한 약 450만 장의 대규모 엑스레이 데이터 등을 활용해 하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무릎, 척추, 고관절 등 다양한 부위의 질환을 예측하는 근본적인 기반 기술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코넥티브의 AI 플랫폼 '스위트(Suite)'는 기존 병원의 EMR(전자의무기록)이나 팍스(PACS) 시스템이 가진 단방향의 불편함을 해소한 클라우드 웹 기반 소프트웨어다.
코넥티브는 이미 작년 말 유럽 CE 인증(MDR)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한국 등 4개국 이상의 인허가를 마쳤다. 올해는 국내 100개 병원 도입을 목표로 스케일업에 나서며, 구독형 수익 모델 정착을 통해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노두현 코넥티브 대표(정형외과 전문의)는 "국내 영상 검사 연간 3억 장 중 근골격계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지만, 이 거대한 시장에 제대로 된 플레이어가 없었다"며 "진단에서 수술까지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앉아서 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코넥티브가 유일하며, 전 세계 근골격계 AI 표준 형태를 만들어가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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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시간 반토막 낸 로봇 '오르카'·수술실 보조 휴머노이드 '제트' 격돌
이날 현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피지컬 AI(Physical AI)를 접목한 하드웨어 로봇 라인업이었다. 코넥티브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무릎 인공관절 수술 로봇 '오르카(Orca)'와 상반신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 로봇 '제트(Zett)'의 시연이 진행됐다.
기존 수술 로봇들은 수술 계획을 짜는 데만 많게는 3시간이 걸렸고, 뼈의 위치를 인식하기 위해 환부 외에 핀을 박는 등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을 주었다. 반면 오르카는 3D AI 비전을 활용해 핀 없이도 1초에 약 60만~90만 개의 포인트 클라우드를 인식해 1mm 이내의 정밀도로 뼈를 깎아낸다. 수술 계획 시간은 1분 이내, 전체 수술 시간은 1시간 20분에서 30분으로 대폭 단축됐다.
더 나아가 최초로 공개된 프로젝트 '제트(Zett)'는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할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곽호성 코넥티브 CTO(상무)는 "수술실에서는 의료진들이 무거운 물체를 들거나 질긴 피부를 30분씩 당기고 있어야 하는 등 단순하지만 고된 반복 작업이 많다"며 "제트는 한 팔당 10kg을 들 수 있는 고하중 기반의 23자유도 휴머노이드로, 좁은 수술실 환경을 고려해 카트 형태로 완전 수납되어 10초 만에 전개되는 실용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코넥티브는 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의료기기 2등급(수술 보조용)으로 분류, 내년 인허가를 목표로 선행 연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강대학교 손진호 교수는 현재 시점이 의료 로봇 상용화의 최적기라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과거에는 사업 구조에 신기술이 안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온디바이스 AI의 성능 향상, 센서 단가 하락, 규제 프레임워크 정비 등 상용화 조건이 완벽히 갖춰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코넥티브는 단순히 의료 장비 몇 개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데이터 레이어부터 파운데이션 모델, 실제 수술실에서 동작하는 로봇 익스큐션까지 풀 스택(Full-Stack)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플랫폼 기업"이라며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역량을 증강(Augmentation) 시키는 형태로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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