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전세사기 막겠다는 서울시…“위험 알려주고 끝”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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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전세사기 막겠다는 서울시…“위험 알려주고 끝” 비판도

투데이신문 2026-03-26 17:30:15 신고

전세사기 위험도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해 제공하는 ‘전세사기 위험분석 보고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내집스캔 웹사이트 첫 화면. [사진=내집스캔 웹사이트 캡처]<br>
전세사기 위험도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해 제공하는 ‘전세사기 위험분석 보고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내집스캔 웹사이트 첫 화면. [사진=내집스캔 웹사이트 캡처]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서울시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위험도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해 제공하는 ‘전세사기 위험분석 보고서’ 서비스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외면한 ‘AI 만능론’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부터 서울 지역에서 임대차 계약을 예정한 만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위험분석 보고서’ 서비스의 지원 건수를 기존 1000건에서 3000건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공개된 데이터를 AI 모델로 분석해 임대인과 주택의 권리관계를 진단하고 종합적인 위험도 점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소 입력만으로 즉시 보고서 발급이 가능하며 1인당 최대 2회까지 서로 다른 주택의 위험도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보고서의 핵심은 임대인 정보 12종과 주택 정보 12종 등 24개 항목을 교차 분석해 임대인의 금융 건전성과 생활 안정성을 종합위험도 점수로 제시하는 것이다. 임대인 정보에는 KCB 신용점수, 채무 불이행 여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연체·사기 이력 등이 포함되며 주택 정보로는 권리침해 여부, 시세 대비 근저당,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이 분석된다. 

특히 이번 확대 서비스에서 주목할 부분은 다가구 주택 분석이다. 세입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다가구 주택의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예측하고, 임대인의 다주택 보유 정보를 분석해 무자본 갭투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만 현장에서는 AI 활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서비스는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위험을 분석·예측하는 것으로 임대인의 민감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집주인 정보는 신용정보 제공에 동의한 경우에만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전세사기 위험을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임대인의 금융 상태, 세금 체납, 보증사고 이력 등 민감 정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전세사기전국대책위원회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AI가 의미 있게 작동하려면 임대인의 재정 상태나 거래 이력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현재 수준의 공개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서울시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보다는 예방 교육과 정보 제공 중심의 대응에 집중해 왔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인천·경기·부산 등 다른 광역 지자체들이 피해자 대출 이자 지원이나 주택 관리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병행해 온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이 공동위원장은 “싱크홀이 생긴 도로에서 위치만 알려주고 피해 가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근본 원인을 해결하거나 피해를 복구하려는 노력 없이 위험만 안내하는 방식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당연히 기만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문제의 본질이 ‘정보 부족’에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집값 대비 보증금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고전세가율’ 주택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세입자가 안전한 매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과도한 보증금 구조 완화와 임대주택 및 임대인 정보 공공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이 거론된다. 임대사업자 의무 등록을 통해 재정 상태와 주택 이력을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판단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구조 개편, 보증보험 관리 강화 등 금융·제도 전반의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국내 곳곳에서 AI 행정 도입 시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외면한 채 완성도가 낮은 기술에 의존하며 책임을 기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 AI 기반 복지 시스템을 도입해 위기가구 발굴 범위를 20만명에서 900만명까지 확대하고 복지 멤버십과 연계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구조 개편과 함께 AI 기술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랭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지금도 이미 복지 멤버십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사각지대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급자의 실제 생활과 행정 자료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건 결국 전담 공무원인데 AI가 도입되면 전산 자료와 AI 결과를 한 번 더 거쳐 실제 생활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행정 도입이 현장의 책임과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기술보다 제도·인력의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은 전세사기 대응을 둘러싼 논란과 맞닿아 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며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인프라와 현장 역량이 함께 갖춰지지 않는 한 ‘AI 만능론’의 한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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