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올레드(OLED)는 여전히 '비싸고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이다. 화질은 뛰어나지만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원가 부담이 높아 대중화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올레드 중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위 주도권은 끝까지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TV 시장은 연간 약 2억대 규모지만 올레드 TV 공급량은 1000만대에도 못 미친다. TV용 올레드 패널 공급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집중돼 있다. 공급 구조 자체가 제한적인 만큼 올레드가 액정표시장치(LCD)처럼 대중 제품으로 확산되기 어려운 구조다.
올레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을 가진 소비자를 위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과거처럼 일부 초고가 제품이 아닌 '고민하면 구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LG전자 측은 전했다.
이 지점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전략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백선필 LG전자 MS사업본부 디스플레이 고객경험(CX) 담당(상무)은 지난 25일 TV 신제품 출시 간담회에서 "중국 업체들은 올레드를 하지 않고, 할 계획도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은 LCD 등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물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레드처럼 공급이 제한적이고 기술 장벽이 높은 시장보다는 LCD 중심의 규모 경쟁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반면 LG전자는 LCD와 올레드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LCD는 여전히 전체 시장의 '볼륨 존'인 만큼 화질 알고리즘과 시스템온칩(SoC)를 통해 고급화하고, 올레드는 프리미엄 시장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백 상무는 "이번 LCD TV 신제품인 '마이크로RGB 에보'에는 올레드의 화질 DNA와 최적의 알고리즘을 넣어 라인업을 강화했다"며 "올레드에 집중하는 것과 동시에 메인 볼륨 존인 LCD에 대한 고민을 놓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부분은 중국 업체 등 동종 업체들과 경쟁하기에 충분한 포텐셜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올레드 시장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술력 있는) 삼성전자가 올레드 시장 진입을 확대하는 것은 생태계 발전 측면에서 환영하는 부분"이라면서 "경쟁을 통해 올레드 시장 자체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밝했다.
다만 시장 주도권은 LG가 잡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13년 올레드 TV 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면서 축적한 기술적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자체 칩을 기반으로 한 화질 처리 기술과 제품 설계 경험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가시화된 TCL과 소니의 협력 가능성 역시 변수로 꼽힌다. TCL의 패널·하드웨어 경쟁력과 소니의 화질 기술이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백 상무는 "소니는 대만 칩으로 올레드 TV를 만들고 있는 반면, 우리는 자체 칩을 가지고 있어 데이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두 업체의 협력에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 전략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진다. LG전자는 올레드 TV에서 롤러블, 벽밀착형, 초슬림, 무선 등 새로운 폼팩터 변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최근 선보인 W 시리즈 역시 9mm대 두께의 초슬림·무선 기술을 적용한 올레드 제품으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모델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패널 가격 자체를 낮추기보다는 전력 효율 개선과 발열 저감 기술을 통해 방열 소재인 알루미늄 등 부자재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발열이 줄어들면 방열 소재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전체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품질을 낮추지 않는 대신 부자재 비용을 줄이는 기술력을 높여 올레드 가격을 낮추겠다는 접근이다.
LG전자가 올레드를 고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LCD가 물량 경쟁의 영역이라면 올레드는 기술과 브랜드를 결정짓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LCD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가운데 LG전자는 올레드를 통해 프리미엄 기준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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